Life/수영 일기

2019.04.24.(수) 수영일기

Minkyung Lee 2019. 4. 24. 10:05

블로그는 꾸준함이라는데 역시 꾸준한 것이 제일 어렵다.

그래도 영원히 방치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살려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다시 수영일기를 쓴다.

 

그동안 수영장에는 몇몇 변화가 있었다.

넘쳐나는 7시 수강생을 위해 레일을 더 나누어서 간격이 좁아졌다. 접영 스트로크를 하는 팔이 선생님을 (말 그대로) 갈기는 일도 왕왕 있었다.

또, 연수반 회원님들의 컴플레인으로, 연수반만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그전까지는 상급반 선생님이 연수반 선생님을 겸했다. 그러니 강습의 집중도와 질이 낮아질 수밖에...

 

새로 오신 선생님은 무작정 도는 뺑뺑이를 지양하신다.

각각에 몸에 나쁜 습관이 하나둘씩 배어 있는데, 이것을 조금만 교정하면 더 수월하게 수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1.

그제와 오늘 접영 교정을 했다. 천천히 레일을 돌게 하면서 한 명 한 명 자세를 잡아주셔서 좋았다.

뭔가 나도 자세 교정을 받으려고 열심히 레일을 돌았다.

 

드디어 선생님의 피드백 시간...

 

"회원님, 수영은 어디로 가려고 하나요?

"앞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면 접영도 앞으로 가야겠죠?"

"네."

"근데 왜 위로만 솟구치세요? 접영도 앞으로 나가는 영법입니다. 위로 너무 솟구치려고 하면 허리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고, 힘이 과하게 들어가면 접영은 허리에 무리가 바로 와요. 그래서 허리가 나가는(디스크가 오는) 겁니다. 힘을 빼고, 앞에 아주 작은 바위가 있어서 그 위로 부드럽게 지나간다고 생각하세요."

"오..."

 

수영과 관련된 유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해외 휴양지에 갔을 때 접영하는 사람이 있으면 거의 한국인이다.' 접영은 확실히 멋있는 영법이다. 파워풀해 보이기도 하고, 제대로만 한다면 크롤보다 빠르다고 한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 그 멋짐을 동경하면서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팔딱거렸다가 허리가 나가버리는 것이다. 딴 건 모르겠고 역시 수영의 기본은 힘 빼기다.

 

역시 수영의 기본은 힘 빼기다.

 

확실히 그제의 피드백을 생각하면서, 스무스하게 접영을 하니까 힘도 덜 들어가고 자연스러워지는 게 느껴졌다. 늘 지인들에게 강조하지만 수영의 기본은 힘 빼기다.

 


2.

오늘의 마지막 몸풀기 운동으로 자유형 200m를 돌았다. 내 팔 폼이 이상했는지 연수반 몇몇 분이 수업 끝나고 팔 동작을 지적해주셨다. 어깨는 잘 돌아가는데, 손을 막판에 과하게 비튼다는 것이었다. 그랬구나. 나는 그 피드백을 생각하면서 한 바퀴 더 돌았다. 큰 변화가 없다고 하셨다.

 

그 광경을 은근히 보고 계시던 선생님이

"왜 잘하고 있는 친구한테 그러세요 ㅋㅋㅋㅋㅋ"

라고 커버를 쳐주셨다.

"아니!! 저 아저씨 따라 하지 말라곸ㅋㅋㅋㅋㅋ"

"아 그러셨구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위기가 유쾌해졌다. 선생님은 회원분들과 하하호호 대화를 잠깐 나누셨다.

잠시 후, 내 옆으로 오셔서 조용히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한 말씀 흘리셨다.

 

"회원님, 본인만의 스타일을 만드세요."

"오... 네."

 

초보는 일단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동작을 최대한 따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모든 것의 기본 뼈대를 이루기 때문이다. 점점 실력을 쌓으면서, 그 위에 살을 붙여나갈 때 완성은 이루어진다. 기본기를 배워서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면, 나만의 변주를 하는 것이 좋겠다. 수영을 예로 들면, 내가 손을 좀 회전하기로서니 수영의 진행 속도나 내 건강에 무리가 없다면 그냥 해도 되는 것 아닐까. 그것이 어쩌면 나만의 고유한 영법이 될 수도. 많은 예술가나 작가들도 습작 시절에 많은 모방을 한다. 동경하는 작가의 작품을 필사하고, 따라 그리는 등 최대한 나의 롤모델과 같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변주를 시작한다. '나만의 것'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럴 때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전무했던 '나만의 것'을 찾을 수 있으리라.

 

"회원님, 본인만의 스타일을 만드세요."

 

여러모로 인사이트를 많이 주는 선생님이다.

그리고 매우 잘 가르쳐주신다.

 

정석적인 동작을 먼저 보여주시고, 우리가 잘하는 실수를 재현해서 보여주신다. 실수의 재현이 조롱이나, '내가 이렇게 잘해~'라는 교만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거울 역할을 하는 느낌이 든다. 선생님의 재현을 보고 터져 나오는 웃음 덕분에 수업은 더 부드럽게 흘러간다.

 

역시 세상 모든 것에는 배울 게 있는 것 같다.

배움의 자세를 잃지만 않는다면, 모든 것이 나의 스승이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