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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일상과 영감의 기록 - 숭 님

Minkyung Lee 2019. 4. 27. 16:20

마음씨 착한 종서가 야근을 하는 바람에 내가 가게 된 Maxim T.O.P 살롱.

그는 정말 착하고, 남을 살뜰히 챙기는 사람이다.

 

자, 이 글을 보는 사람 모두 종서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자!

 

@jongseo.one
(이 글은, @jongseo.one님이 후원합니다)

 

무튼, 오늘 강연은 @jongseo.one이라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쓰는 이민경으로 참여했다.

 

Maxim T.O.P Salon

 

 

맥심플랜트는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라서, 강연과 별개로 더 기대가 됐다. 과연 이름답게 으리으리한 공장의 모습이었다. 원두를 볶는 기계는 거대했고, 공간이 잘 브랜딩된 느낌이었다. 나중에 다시 가서 찬찬히 둘러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공간의 문법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공간에 가서, 분명히 나도 뭔가를 느꼈는데 그것을 표현할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좋다', '멋지다', '우와' 말고는 할 말이 없는 게 좀 아쉽다고나 할까. 그림을 배우면 좀 나아질까.

 


 

 

본래 강연의 제목은 <마케터 이승희와 함께 하는 일상과 영감의 기록>이었는데, 그냥 내 마음대로 '마케터 이승희와 함께 하는'이라는 어구를 뺐다. 예전에 숭님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그리고 이 강연에서도 말씀하셨다)

 

"'저는 마케터입니다'라는 말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직업이 마케터지,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거잖아요."

 

나도 이 말에 적극 공감하기 때문에, 마케터라는 단어도 빼고, 브랜드 네임 같은 '숭'을 글 제목에 썼다.

 

나는 글을 쓴다고 하지만, 일상의 메모는 잘하지 못한다. 뭔가를 손에 들고 다니는 걸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행여나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다. 메모를 하겠다고 사놓은 노트만 해도 몇 권인지, 그리고 그 와중에 잃어버린 노트도 몇 권인지 모르겠다.

 

맥심에서 준비해주신 각종 필기도구들(감동..)

 


1. 치과 생활

숭님은 치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셨다. '치기공과 출신 마케터'라는 그의 이야기는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에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블로그, 기록의 시작이 어려운 치과 용어를 정리하기 위함인 것은 처음 알았다. 블로그를 블로그라고 부르면 블로그를 하기 싫어지는 것 같다. 뭔가 '블로그'는 전문적이고, 멋지고, 힙하고 끈기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 같다. 근데 숭님은 '나만의 창고'라고 표현했다. 왠지 열심히 관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가? 이런 작은 차이가 블로그를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비슷한 예로, 세바시의 '팬 후원 강연'이 있다. 원래 '유료 강연'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신병철 박사님이 '팬 후원 강연'으로 바꿔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단다. 돈을 내는 그 순간에 우리의 뇌에서는 '고통'을 느끼는 부분이 활성화된다는데, 그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마케팅이다. '유료'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팬 후원'이라는 단어로 대체한 것이다. 돈을 내지만 기분도 좋고 좋은 일을 한다는 뿌듯함도 느껴지는 단어이다. 이런 것이 언어의 힘인 것 같다. 

 

숭님은 아카이브를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재정의했다. 치과 용어나 치과 마케팅에 관련된 글, 배민의 팬(입사 전)으로서 재밌어서 올린 배민 콘텐츠 등이 결국 자신을 보여주는 단서였던 것이다. 내 블로그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아, 하나는 확실하다. 수영! 만나는 사람마다 "수영은 잘하고 있어?"를 묻는 걸 보니,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단서가 수영이 된 것 같다. 좋다. 무튼 숭님은 그 단서들 덕분에 배민에 입사할 수 있었다. 배민 포스팅을 눈여겨보던 장 이사님(장인성 우아한형제들 CBO)께 발탁이 된 것!

 

아카이브는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단서"

2. Burn Out

배민에서의 삶은 재밌었지만 정말 자신을 '불살라' 일을 하셨단다. 그러던 중 몸에 큰 무리가 와버렸고, 일을 잠시 쉬면서 인생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셨다고 한다. '한 번뿐인 인생, 나의 history를 남기자'는 생각에 본격적인 기록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브런치. 무려 포 트랙을 시작.

 

인간에게 망각은 축복이라지만, 우리의 삶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 마음가짐, 중요한 기념일, 행복했던 순간, 교훈을 얻었던 뼈아픈 순간 등. 그 망각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곧 '기록'이다. 꼭 기록은 각을 잡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숭님은 주말 아침, 이동할 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틈틈이 기록하신다고 한다. 기록의 목적이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숭님의 동료인 규림님은 사진 대신에 그림으로 기록하시고, 멋지고 착한 종서님(@jongseo.one)은 '순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남겨두기 위해, 필름'으로 기록하신다고 한다. 

 

멋지고 착한 종서님(@jongseo.one)

 

세상의 많은 순간은 우연이다. 내가 방금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길고양이라든가, 카페에 함께 앉아 있는 다른 손님들이나 모두 우연이 만든 일상이다. 어쩌면 기록은 그것을 차곡차곡 수집해서 정리하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 기록에서 빈 틈을 찾아냈을 때 예술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한 번뿐인 인생, 나의 history를 남기자'

 

3. 일상을 예술화하는 방법 3가지

일상을 예술화하는 방법

 

1) 관찰

사소한 것에 감동을 잘 받는가.

영감 - 내 마음에 자극을 주는 것 - 은 사소한 것에 있다.

 

2) 기록

좋은 기록 : 현상을 보고 내가 무엇을, 어떻게, 왜 느꼈는지를 기록

나쁜 기록 : 현상에 대해서만 하는 기록

 

3) 실행

마케팅에 적용할 수 있는가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가

 

즉, 관찰하고 영감을 얻고 기록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

모든 것으로부터,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

 

From Everywhere, Everything


우리의 뇌는 사실 멀티플레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특히나 어떤 것에 몰입하면 멀티플레이는 더 어렵다. 즉, 자신의 관심사나 자신만의 topic에 따라서 영감을 얻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친구 태영과 글쟁이 이민경이 알파고를 관찰했다고 치자. 태영은 알파고의 알고리즘이나 작동방식, 그리고 저 안에 숨겨진 원리, 자신의 연구에의 적용점을 찾아내는 반면, 나는 알파고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팔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게 느끼는 두려움을 어떻게 덜어낼 카피를 만들어낼지, 인공지능이 삶에 주는 가치를 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도출하는 인사이트는 다를 것이다. 요즘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그래서 숭님은 여행을 할 때 '테마와 감각이 연결되는 여행'을 하라고 추천하셨다.

쉬고 싶으면 휴양지를 가고, 창업을 하고 싶으면 창업과 관련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여행지를 가라고 하셨다. 그 테마가 무엇이어도 좋다. 단, 자기만의 테마가 있어야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숭님(열정 - a.k.a. 열렬히 애정하는 마음 - 을 가지고 기록하는 사람)의 기록]

- 자리B움 -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들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 주간음식 - 음식, 장소에서 얻는 영감의 말을 수집

- 목요일의글쓰기 - 짧은 표현을 더 넓게 확장하기 위해 시작 -> PUBLY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로 연결

- 오래된 물건을 모아서 되팔기 - 각 물건에 깃든 스토리가 매력적

 

이러한 기록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 창의력으로 넘치는 것 같다. TBWA의 박웅현 님은 이렇게 말했다.

"창의력은 스퀴즈 아웃(squeeze out)이 아니라, 스필 오버(spill over)가 되어야 한다."

 

즉,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넘쳐흘러야 하는 것.

인터브랜드에서 이름을 만들 때도 그랬다.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일도 원료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언어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자연어'를 많이 찾았다. 지천에 널린 게 단어였다. 영어사전, 프랑스어 사전 등을 뒤적거리면서 상품, 서비스 컨셉에 맞는 단어를 찾았고, 신화, 동화, 영화, 만화 등에서도 찾았다. 그리고 변형을 시작했다. 양이 질을 담보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최고의 카피가 10번째 시도에 나올지, 26번째 시도에 나올지, 83,480번째 시도에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신도 모른다. 그러니까 계속 원료를 넣고 달릴 뿐이다.

 

4. 기록의 이점

  • 객관화
  • 성실
  • 효율적인 시간 관리
  • 생각하며 살기
  • 실행력

글을 쓰면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다. 내가 언젠가 개설할 글쓰기 수업 <펜시브 글쓰기>가 딱 저 목적이다. 덤블도어 교수가 기억을 보면서 객관화를 하듯이, 우리는 글을 통해 객관화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난잡한 세상에서는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본다. 

 

기록이 습관화되면 성실해진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매번 어떤 것을 메모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그것을 글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checklist를 작성하면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하다. 이는 실행력으로도 연결이 된다. 즉, 매일, 매주, 매월 할 일을 기록하면 여기에 'done'이라는 표시를 하기 위해서 효율적으로 살게 된다는 의미.

 

이 셋을 전부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생각하며 살기' 같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상황 속에서 남은 단 하나의 진리는, 우리는 생각한다는 것이다. 생각은 휘발성이 강하다. 그것을 붙잡아두기 위해 우리는 기록한다. 기록을 위해 생각할 수도 있고, 생각을 하기 위해 기록할 수도 있다. 뭐든 좋다. 둘 다 해도 좋다. 

 

숭님의 기록도구들

그리고 숭님의 기록 도구들.

+ 기록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록을 담는 그릇도 중요하다.

+ 나에게 맞는 기록의 때, 기록 방법을 찾아보자.

 

 

영양결핍에는 임팩타민, 영감결핍에는 숭팩타민


 

어쩌면 나도 메모의 엄숙주의(?)에 걸린 것이 아닐까 싶다. 메모는 멋진 사람만 하는 것, 글씨가 예쁜 사람만 하는 것, 마스킹 테이프를 잘 쓰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매 순간 기록했던 습관이 숭님을 어디로 이끌고 갔는지 잘 볼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 퍼블리 프로젝트, 독립출판, 그리고 수많은 마케팅 프로젝트와 오늘의 강연까지. 메모의 확장은 숭님의 세계를 만들었다. 나의 글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을까.

 

나의 글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을까.

 

나는 왜 쓰는가. 나는 나를 객관화해서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글을 쓴다. 브랜드 네이밍이든, 글이든 뭔가 만들기 위해서는 원재료가 필요하다. 메모, 기록은 어쩌면 모든 탄생의 원재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니 신도 인간을 만들 때 흙을 쓰셨다. 서툴지만 기록을 시작했다. 뭐든 생각나는 게 있으면 바로 적고, 가공하고, 시간을 내서 글로 옮긴다. 내 글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겠다. 그 최후의 세계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쓴다. 아 물론, 수영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