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연희동 [밤의 서점]에서 박인한 선생님의 캘리그래피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글씨를 '있어 보이게' 쓰는 법을 배울 줄 알고 갔다. 하지만, 기교보다는 '어떤 대상을 대상답게 쓰는 법'을 배웠다. 예를 들어, '엄마'라는 단어를 쓴다고 해보자. '엄마'를 떠올렸을 때 드는 여러 감정들이 있다. 여러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글을 쓸 때, 나만의 '엄마다운' 글씨가 나올 것이다. '무언가를 무언가답게 쓰는 것'이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캘리그래피의 본질이다.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캘리그래피의 이론적, 기술적 요소인 것 같았다. 기교보다는 본질이 중요하다. 그리고 감정은 추상적이어서 틀을 깨면 더 감정에 가까운 글씨를 쓸 수 있음을 배웠다. 세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틀을 깨는 실습도 많이 해서 좋았다.

무언가를 무언가답게 쓰는 것

그리고 얼마 전,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역사와 미술사를 전공한 김상우 선생님과 '사랑'에 관한 수업을 기획하고 있는데, 베타 테스트 수업에 참여해줄 수 있냐는 연락이었다.

쓰는 사랑, 보는 사랑. 캘리그라피와 미술의 콜라보레이션

이 수업은 캘리그래피 배경의 인한 쌤이 '사랑을 사랑답게 쓰는 것'을, 미술사와 역사 배경의 상우 쌤이 '그림에서 사랑을 읽는 법'을 가르치는 수업이다. '사랑'이란 주제는 내게 늘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미술이라니. 미술은 중학교 이후로 연을 끊었다. 가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라고 쓰고 벽돌이라고 읽는다)를 사볼까 하다가 관둔 것이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기회다 싶었다. 마침 할 것이 없어진 찰나에 인한 쌤에게 연락이 온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합리화)하면서, 수업을 듣겠다고 말씀드렸다.

6월 18일. 1시. 합정동 [합정리과일집]으로 향했다. 합정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갔는데, 그냥 역에서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였다. 개인별로 다과와 커피를 주셨다. 심플한 카페와 잘 맞는 조합이었고, 세심한 준비가 느껴졌다. 수업을 듣는 사람은 총 6명이었다. 우리의 임무는 두 선생님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피드백을 하는 것이었다. 먼저, 인한 쌤의 캘리그래피 수업부터 시작됐다.

개인 별로 준비해주신 다과

#1. '봄, 사랑'을 '봄, 사랑'답게 쓰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평소 필체로 쓰면서 몸을 풀었다. 내 글씨체지만, 손글씨는 쓸 때마다 낯설다. 그만큼 내가 펜을 잡고 글씨를 쓰지 않는다는 방증이리라. 봄을 봄답게 쓰고, 사랑을 사랑답게 쓰는 연습을 했다. 처음 '봄'이라는 글씨를 쓸 때는 막막했다.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봄'을 썼다. 생각하니 다양해졌고, 다양해지니 표현이 달라졌다. 틀이 깨지는 경험은 늘 신선하다. 획을 긋는 것은 감정과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개연성을 지니지만, 획이 그어지는 순간은 우연성을 갖는다. 개연성과 우연성의 모순이 공존하기 시작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사랑'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더 다양한 표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사랑을 사랑답게 써보았다

쓰는 행위를 통해 '감정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글씨를 보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글씨를 예쁘게 쓰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봄(La primavera)>

보티첼리가 어떻게 '봄'을 표현했는지 찾아보자

상우 쌤이 처음 소개하신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보티첼리의 <봄>이다. 그림을 보는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배웠다. 그림 전체를 다스리는 원칙을 '구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그림 상단 중앙에 큐피드(에로스)가 있고, 그 아래에 비너스(아프로디테)가 있다. 큐피드를 제외한 인물의 구성은 1명/3명/1명/3명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것들이 '구성'이다. 그런데, 그림이 재밌어지는 시점은 바로 이 원칙(구성)이 깨지는 시점이다. 선생님은 작가가 원칙을 깬 이유와 의미를 찾는 것, 즉 '저건 왜 저렇게 그렸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곧 그림을 보는 방법이라고 하셨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당대의 역사적 분위기, 작가의 다른 그림 등의 사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이 재밌어지는 시점은 바로 이 원칙(구성)이 깨지는 시점이다. 

한 폭의 그림 속에 많은 상징이 있었다. 그림 오른쪽의 세 인물은 (오른쪽부터) '제피로스, 클로리스, 플로라'이다.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봄의 여신인 클로리스를 강제로 취해, 꽃의 여신 플로라가 태어나는 것을 표현했다. 서풍이 불고 봄이 오면 꽃이 핀다. 하지만 그 방식은 강제적이었고, 이는 사랑의 폭력성을 의미한다. 그림 중앙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4월을 상징한다. 4월을 뜻하는 April의 어원이 아프로디테(Aphrodite)에서 왔다고 한다. 그 옆에 선 3명의 여성은, 비너스의 시종을 드는 세 명의 미신(美神)이다. 이들은 봄 같은 사랑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맨 왼쪽에 선 남성은 전령의 신 머큐리(헤르메스)이고 5월을 상징한다. 오른쪽부터 순차적으로 3월, 4월, 5월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그림 상단의 큐피드는 사랑의 신이다. 그래서 큐피드의 금화살에 맞은 사람은, 화살을 맞은 후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재밌는 점은 그의 눈이 가려져 있는 점인데, 여기서 우리는 사랑의 무작위성을 읽어낼 수 있다. 우연처럼 찾아오는 건 르네상스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이외에도 그림의 배경에 나오는 오렌지의 의미 등도 배웠다.


#3.

눈이 떠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인한 쌤의 캘리그래피 수업은 틀을 깨는 느낌이고, 상우 쌤의 그림 수업은 틀을 받아 질문을 통해 틀을 깨는 느낌이다. 다루는 소재 - 글, 그림 - 는 다르지만,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난다. 어떤 대상에 대한 깊은 생각과 표현! 앞으로 남은 수업 시간 동안 '사랑'을 성찰하고 표현하겠지. 아직은 모르는 것들 투성이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 본다. 1회 차 수업은 오리엔테이션이었음에 불구하고 감탄사를 얼마나 내뱉었는지 모른다. 

캘리그래피나 그림이나 내게는 낯선 분야이다. 그렇다고 내가 사랑에 관한 현자도 아니다. 다만, 그림을 보며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느끼는 것과 손글씨를 쓰며 감정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가능성'에서 두 선생님이 만나, <쓰는 사랑, 보는 사랑> 수업을 함께 기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세 번의 수업이 남았다. 내 안의 틀을 깨고 자유롭게 글을 표현하는 느낌과, 그림을 보는 하나의 눈을 얻어가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김영하 작가가 말한 '감성근육'이 아닐까.

[에세이 스탠드] 2주 차 수업을 들으러 갔다. 대화상점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시현 님과 홍대에서 얘기를 마치고, 강의하는 곳으로 향했다. 태재 님은 "열 명의 수강생 모두 글을 내셨다"라고 말씀하셨다. 대개 모든 수강생이 제출하지는 않는데 열 명 다 낸 것은 드문 일이란다. 글을 열심히 쓴 내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기로 한다.

에세이를 다듬는 기술에 대해 배웠다. 수업은 '각자 지금까지 들어본 글쓰기 공식'을 얘기하면서 시작했다. 자소서는 두괄식으로 써야 하고, 접속사를 가급적 쓰지 않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 생각났다. 이런 것들을 묶어서 '글을 다듬는 방법'이라고 부를 수 있다. 초고를 쓸 때 모든 방법을 적용하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초고는 내용에 집중하고, 다 쓰고 퇴고하면서 이 방법을 적용하면 글을 더 '근사'하게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를 다듬는 방향성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평범한 글을 특별한 글로
  • 단조로운 문장을 입체적인 문장으로

에세이를 다듬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이 글에 다 옮기면 수업 녹취록을 무단 배포하는 것이니까, 궁금하다면 [에세이 스탠드]를 수강하도록 하자. (현재 6월반 모집 중) 이 글에서는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적어 본다.

 


 

* 비유(마치~, ~처럼) 점검하기 : 글에 사용한 비유가 꼭 필요한 비유인지, 과시하기 위한 비유인지 체크해보자
첫 시간에 배웠듯이 에세이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글이다. 글에 담긴 작가의 생각, 신념, 가치관 등이 독자와 잘 맞을 때 관계는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모르모트같은' 이라는 비유를 썼다고 하자. 이런 비유는 동물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는 관계를 맺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마다 글을 다듬을 수 있는 한계는 정해져 있다. 결국 작가에 따라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은 다르다.

* 일반화의 오류 - 위험한 것
글은 작가가 살아온 과정, 생각한 것, 작가의 편견이나 일상에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전지전능하고 무소불위하며 편재성을 지닌 절대자가 아닌 이상, 한정된 것을 보고 느낀 글이라는 것이다. 소설이나 시에서 일반화 표현은 괜찮지만, 에세이에서는 과격한 표현이므로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 전체적인 맥락을 확인하는 방법: 내가 쓴 글이 줄거리가 될 수 있다면
글에 맥락이 일관적으로 이어지는지 보기 위해서는 글을 시놉시스처럼 쓸 수 있는지 확인한다. 시놉시스처럼 요약이 되면 전체적인 맥락이 잘 이어지는 글.

 


 

이론 수업이 끝난 후, 각자의 글에 관해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피드백이라고 하면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 인터뷰라고 표현하니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시간 같아서 부담이 덜했다. 같은 '비평'이라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느껴지는 것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쓴 <언제쯤 맘 편히>(https://brand-brightinthesky.tistory.com/51)도 인터뷰 질문을 받았고, 읽으신 분들의 생각을 들었다. 태재 님의 피드백이 기억에 남는다. "글이 다소 무겁게 끝나는데, 우울한 결말에 중독되면 안 돼요"라는 의견을 주셨다. 아마 사람들과 관계 맺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진짜) 많이 뜨끔했다. 실제 내가 체감하는 내 글의 문제였다. 풀리지 않는 고민이다. 그래서 태재 님의 <스무스> 같이 독자에게 가끔씩 '풉'하는 웃음을 주는 글을 좋아한다. 나도 그런 글을 쓰면 좋겠는데, 글을 통해 위트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소중한 피드백이었다. 다음 글은 좀 다르게 써보자.

벌써 다음주면 마지막 수업이다. 아쉽다. 작은 공간에서 글과 삶에 대해 얘기하고, 웃던 순간들이 다음주면 끝이라니 아쉽다. 마지막 수업도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도록 과제를 잘 써서 준비해야겠다.

'사는 일에 애쓰고 있다면, 글쓰기가 필요하다'라는 말에 신청했나보다.

 

상반기가 일찍 끝나니, 당장 할 것이 없었다. '일단 쉬라'는 지인들의 조언이 많았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스스로가 더 쓸모없게 느껴지고, 뭔가를 하자니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쉬자니 불편하고, 하고 싶은 것은 없는 상황이다. 그때 갑자기 태재 작가님의 [에세이 스탠드: 내 생활을 조명하는 글쓰기] 수업이 생각났다. (결국 글인 건가)

 

태재, <스무스>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태재 작가님의 신간 <스무스>는 태재 님 본인의 수영 기록이다. 부제는 <불가능했던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지기까지 10개월간의 수영장 에세이>. 그는 어린 시절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경험 이후로 수영과 담을 쌓았다고 한다. 20대 후반, '수영을 못 한다'는 마음의 소리(?)를 조정하여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소리로 바꾸고 수영에 도전했다. 내가 수영을 열심히 하는 걸 아는 사람들이 <스무스>를 추천해줬고 정말 단숨에 재밌게 읽었다. 꾸준한 기록의 힘이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에세이 스탠드 수업을 들은 지인의 얘기를 듣고 언젠가는 수업을 들어봐야지라며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 '언젠가'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개강 당일 댓글을 남기고, DM을 보내서 수업을 신청했다. 다행히 내가 막차를 탔다. 수업은 늦은 8시였다. 나는 오후 6시에 수영을 하고, 7시에 밥을 먹고, 연남동으로 슬슬 걸어갔다. 연남동 487-6. 집에서는 약 20분이 걸렸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는 가을의 프리뷰가 녹아 있다. 연남동의 낮은 건물 위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걸었다. 초행길이라 노을보다 네이버 지도를 더 많이 봐서 아쉬웠는데, 다음주에는 노을만 보면서 걸어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연남동 487-6 헬로헬로

 

태재 님의 소개가 끝난 후, 짤막한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민경입니다. 스물아홉살이고, 아직 직업은 없습니다. 지인이 <스무스>라는 책을 추천해주셨고, 그래서 태재 님과 이 수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왜 신청했는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제가 지금 딱히 할 게 없고, 게워내고 싶은 게 많아서 신청한 것 같습니다.

 

팩트였고, 진심이었다. '그렇다면 잘 오셨네요'라고 태재 님이 인사를 해주셨다.

 


<글과 글쓰기에 필요한 공간과 환경>

1주 차 수업의 주제는 <글과 글쓰기에 필요한 공간과 환경>이었다. 수업은 대체로 태재님의 설명과 질문, 그리고 수강생들의 답변으로 진행된다. 가급적 모든 수강생들이 고루고루 말할 수 있도록 신경 쓰시는 것이 느껴졌다. 

 

1. 태도

Q. 가끔 일기를 쓰시나요?

Q. 일기와 에세이는 다를까요?

Q. 그때 왜 일기를 썼어요?

Q. 편지와 에세이는 다를까요?

 

일기, 편지, 그리고 에세이의 차이는 '관계성'의 차이라고 말씀하셨다.

일기는 작가와 독자가 모두 자기 자신이다. 나와 나가 관계를 맺는 글이 일기이다.

편지는 작가인 나와 특정 소수의 독자가 관계를 맺는 글이다.

그리고 에세이는 작가인 나와 불특정 소수 및 다수의 독자가 관계를 맺는 글이다.

 

그래서, 작가가 사람을 사귀는 방식(관계맺는 방식) 이 글에 나타날 것이라고 하셨다. 자신을 속이지 말고, 솔직하게 용기를 가지고 쓰자는 말씀이 좋았다. 

 

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또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길에서 스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0은 아니지만 높지는 않다. 하지만 길에서 친구를 만났다면, 약속 등의 형태로 그를 다시 만날 가능성은 높다. 그런 의미에서 글이란 작가와 독자가 관계를 맺게 해주는 계기인 것 같다. 생각이 다른 작가라도, 살아온 환경이 나와 다른 사람이어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우리는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오프라인이든, 책으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근사하다

'근사하다'의 사전적 의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짧은 글에 익숙해졌다. 짧은 글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생각을 연쇄적으로 하기 어려워진다는 것과 비슷하다. 태재 님은 "재미있어"라는 표현을 예로 들어서, 좀 더 근사(近似)하게 표현하자고 하셨다.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좀 더 근사하게,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는 태재 님이 가진, 글에 관한 가치관인 것 같기도 하다. 간결한 문장으로 다듬고,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 글을 읽는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생각을 읽다, 의견을 읽다, 관점을 읽다, 태도를 읽다, 말투를 읽다, 주장을 읽다 등등 어떤 말로 바꿔도 글을 읽는다는 말과 통한다. 일기는 오늘 하루 동안 내가 가졌던 생각을 읽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쓰는 글은, 글자로 쓰는 내 생각이다.

 

2. 공간과 환경

글을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어떻게 쓰는가?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어떻게 쓰는 것은 본인의 자유이지만, 무엇이 됐든 자신에게 맞는 환경과 공간을 찾아야 한다.

 

나만의 글쓰기 환경을 찾아서 만들기

 

  • 시간
  • 공간
  • 노트북 / 연필 / 펜(펜이라면 무슨 펜으로 어떤 종이에?)
  • 조도
  • 소음의 정도 / 배경음악
  • 온도 / 습도 등등

뭐 이렇게 까다롭나 싶을 수 있다. 글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할 때 본인이 선호하는 환경이 있을 것이다. 도서관의 칸막이 열람실보다 트인 열람실이 더 공부가 잘 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글도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서 써야 생각이 잘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소음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소음이 많은 카페에서는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볼륨을 높여서 기타 소음을 차단한다. 그런데 태재 님도 비슷한 방법을 쓰고 계셔서 놀랐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손으로 글을 쓰기를 추천하셨다는 점이다. 나는 글을 펜으로 쓰는 것에 정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글을 설계해서 쓰기 보다는 단숨에 몰아쳐서 워드에 쏟아내고, 계속 글을 고치고 수정한다. 태재 님은 '생각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손으로 글을 끌고 나가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3. 느낀점

나의 글은 어떤 관계를 맺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내 글을 지쳐하는 사람들도 많고, 덕분에 별의별 피드백을 다 들어봤다. 가까워진 사람도 있고, 멀어진 사람도 있다. 가까워진 사람과는 내 글을 통해 관계를 맺은 것이고, 멀어진 사람은 관계를 맺을 수 없었던 것이겠구나. 아직, 솔직하게 글을 쓰는 것이 무섭다. 

 

쉬는 시간에 태재 님과 잠시 얘기를 나눴다. 어느 쪽을 지망하는지, 마케팅이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해 말씀드렸다. 힘이 빠져서 뭔가 허탈한 말투였던 것 같다. 그리고 '글을 같이 쓸 사람들, 공동체가 필요했다'는 말을 했는데, 적극 동의해주셨다. 글 쓰는 공동체는 태재 님이 에세이 스탠드를 매월 진행하시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연남동의 8시는 고즈넉하다. 수업을 하는 곳은 연트럴파크와 거리가 멀어서 조용하고 평온하다. 또한 조명도 포근하니 마음이 편해지는 게 느껴졌다. 수업을 신청하기를 잘한 것 같다.

 

'솔직하게, 용기를 가지고 쓰자'는 말이 가장 힘이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불온한 데이터>라는 전시를 다녀왔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불온하다'라는 단어를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군복무 시절, 종종 부사관, 장교들은 병사에게 '불온서적을 반입하지 말라'고 했다. 

 

'불온'의 사전적 의미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는 의미에서 '불온서적'이라는 단어가 생긴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전시회는 데이터의 반체제적인 모습을 다룬다는 것일까? 데이터가 정치적 성향이나 사상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바야흐로 '데이터'의 시대라고 한다.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모든 행동을 기록하고, 이를 분석하면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데이터는 이러한 점에서는 '황금알을 넣는 거위'로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데이터의 소유 유무에 따른 권력 관계를 기저에 깔고 기획된 것 같다. 과연 데이터는 우리 모두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이상향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있는 <불온한 데이터> 소개

 

작품의 가지수가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짧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전시회가 길면 피로감이 심해짐) 하지만, 각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을 소개해본다.

 


 

1. 크러스 쉔, <위상공간 360>

입장하자마자 시끄러운 소음이 들린다. 뭔가가 계속 부딪히면서 나는 마찰음. 이 작품은 크러스 쉔의 <위상공간 360>이다. 로봇 청소공 360개가 테두리로 구별된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360개의 공이 서로 부딪힐 때 나는 소리가 전시회장 입구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공은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딱. 딱. 딱. 소리를 내면서. 천장에는 웹캠이 달려 있다. 웹캠은 공들의 움직임을 기록해서 데이터로 저장한다. 로봇공의 운동 데이터는 벽면에 있는 스크린에 경로로 표시된다. 이것이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자유롭게 운동하는 로봇 청소공을 통해, 작가는 우주의 위상공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2. 레이첼 아라, <나의 값어치는 이정도(자가 평가 예술작품)>

레이첼 아라는 영국의 여성 화가이다. 이 작품은 '앤도서'라는 데이터마이닝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자신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서 보여주는 디지털 아트이다 . 말그래도, '레이첼 아라'와, 이 작품의 값어치를 알고리즘을 통해 계산하여 숫자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작품에 설치된 웹카메라가 집계하는 관람객의 수, 소셜 미디어, 작품 거래 사이트 등에 작가와 작가의 작품이 언급된 횟수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그래서 일정한 시간을 두고 전광판에 올라오는 숫자는 계속 변화한다.

 

<나의 값어치는 얼마>

 

작품 외로 더욱 놀라웠던 것은, 레이첼 아라라는 작가는 본업이 화가임에도 무려 23년째 알고리즘을 공부해온 사람이라는 것이다. 영국 예술계에 만연한 여성 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었던 적이 있다. 조금 해보고 그냥 관두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본업도 아닌 일을 23년째 꾸준히 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화가. 알고리즘을 예술에 활용할 수 있는 예술가라니. 정말 존경스러웠다. 역시 세상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자신의 길은 자신이 개척해야 한다.

 

3. 자크 블라스, <얼굴 무기화 세트>

이 작품은 가장 현실고발적인 작품이었다. 애플의 Face ID로 대표되는 안면인식 기술은 현재 중국이 최강이라고 한다. 몇만 명이 운집한 콘서트장에서 안면인식 기술로 지명수배자를 체포한 것은 유명한 뉴스이다. 문제는 이 기술의 악용점이다. 성적 소수자나 소수 민족 등의 얼굴 데이터를 대량으로 축적해, 소수자를 차별하는 기술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는 가능하다고 한다. 얼굴에서 눈, 코, 입 부분만 보고도 알고리즘은 해당 얼굴을 가진 사람의 성적 취향 등을 수 초 내로 판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크 블라스는, 안면인식 기술이 통하지 않는 가면을 만들었다. 워크샵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를 기반으로 '집단 가면'을 만들었다. 이 가면을 쓰고 시위에 나가면 최소한 얼굴을 통해 개인이 분석될 여지는 없어지는 것이다. '집단 가면'은 성적지향, 인종차별, 페미니즘, 미국의 멕시코 국경 보안 등의 사회적 이슈에 대항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얼굴 무기화 세트>

참고)

분홍색 - 성적소수자를 위한 가면

청색 - 프랑스의 베일 착용자를 위한 가면

검정색 - 흑인을 위한 가면

회색 - 국경 보안 거부(멕시코인)를 위한 가면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

 

데이터 그 자체는 숫자의 단순한 조합이다. 가치중립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가공해서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모든 기술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삶을 이롭게 바꿀 수도 있는 반면, 언제든 불평등을 통해 소수자를 억압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옳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만든 데이터는 서버에 저장되고 있겠지.

 

미래의 예술가들의 도구는 컴퓨터 언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레이첼 아라가 알고리즘을 연구해서, 그것을 예술 작품으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북저널리즘에서 최근 나온 <특이점의 예술>은 그러한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예술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는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 전시회를 보고 <특이점의 예술>도 함께 읽어보길 추천한다.

 


 

'전시회는 한 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말을 얼마 전 들었는데,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비유여서 신기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전시회를 천천히 보니까 생각할 것이 정말 많았다.

책이 활자로 써졌다면, 전시회는 시각적인 요소로 구성된 책인 느낌이라고 할까.

마음씨 착한 종서가 야근을 하는 바람에 내가 가게 된 Maxim T.O.P 살롱.

그는 정말 착하고, 남을 살뜰히 챙기는 사람이다.

 

자, 이 글을 보는 사람 모두 종서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자!

 

@jongseo.one
(이 글은, @jongseo.one님이 후원합니다)

 

무튼, 오늘 강연은 @jongseo.one이라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쓰는 이민경으로 참여했다.

 

Maxim T.O.P Salon

 

 

맥심플랜트는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라서, 강연과 별개로 더 기대가 됐다. 과연 이름답게 으리으리한 공장의 모습이었다. 원두를 볶는 기계는 거대했고, 공간이 잘 브랜딩된 느낌이었다. 나중에 다시 가서 찬찬히 둘러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공간의 문법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공간에 가서, 분명히 나도 뭔가를 느꼈는데 그것을 표현할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좋다', '멋지다', '우와' 말고는 할 말이 없는 게 좀 아쉽다고나 할까. 그림을 배우면 좀 나아질까.

 


 

 

본래 강연의 제목은 <마케터 이승희와 함께 하는 일상과 영감의 기록>이었는데, 그냥 내 마음대로 '마케터 이승희와 함께 하는'이라는 어구를 뺐다. 예전에 숭님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그리고 이 강연에서도 말씀하셨다)

 

"'저는 마케터입니다'라는 말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직업이 마케터지,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거잖아요."

 

나도 이 말에 적극 공감하기 때문에, 마케터라는 단어도 빼고, 브랜드 네임 같은 '숭'을 글 제목에 썼다.

 

나는 글을 쓴다고 하지만, 일상의 메모는 잘하지 못한다. 뭔가를 손에 들고 다니는 걸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행여나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다. 메모를 하겠다고 사놓은 노트만 해도 몇 권인지, 그리고 그 와중에 잃어버린 노트도 몇 권인지 모르겠다.

 

맥심에서 준비해주신 각종 필기도구들(감동..)

 


1. 치과 생활

숭님은 치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셨다. '치기공과 출신 마케터'라는 그의 이야기는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에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블로그, 기록의 시작이 어려운 치과 용어를 정리하기 위함인 것은 처음 알았다. 블로그를 블로그라고 부르면 블로그를 하기 싫어지는 것 같다. 뭔가 '블로그'는 전문적이고, 멋지고, 힙하고 끈기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 같다. 근데 숭님은 '나만의 창고'라고 표현했다. 왠지 열심히 관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가? 이런 작은 차이가 블로그를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비슷한 예로, 세바시의 '팬 후원 강연'이 있다. 원래 '유료 강연'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신병철 박사님이 '팬 후원 강연'으로 바꿔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단다. 돈을 내는 그 순간에 우리의 뇌에서는 '고통'을 느끼는 부분이 활성화된다는데, 그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마케팅이다. '유료'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팬 후원'이라는 단어로 대체한 것이다. 돈을 내지만 기분도 좋고 좋은 일을 한다는 뿌듯함도 느껴지는 단어이다. 이런 것이 언어의 힘인 것 같다. 

 

숭님은 아카이브를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재정의했다. 치과 용어나 치과 마케팅에 관련된 글, 배민의 팬(입사 전)으로서 재밌어서 올린 배민 콘텐츠 등이 결국 자신을 보여주는 단서였던 것이다. 내 블로그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아, 하나는 확실하다. 수영! 만나는 사람마다 "수영은 잘하고 있어?"를 묻는 걸 보니,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단서가 수영이 된 것 같다. 좋다. 무튼 숭님은 그 단서들 덕분에 배민에 입사할 수 있었다. 배민 포스팅을 눈여겨보던 장 이사님(장인성 우아한형제들 CBO)께 발탁이 된 것!

 

아카이브는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단서"

2. Burn Out

배민에서의 삶은 재밌었지만 정말 자신을 '불살라' 일을 하셨단다. 그러던 중 몸에 큰 무리가 와버렸고, 일을 잠시 쉬면서 인생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셨다고 한다. '한 번뿐인 인생, 나의 history를 남기자'는 생각에 본격적인 기록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브런치. 무려 포 트랙을 시작.

 

인간에게 망각은 축복이라지만, 우리의 삶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 마음가짐, 중요한 기념일, 행복했던 순간, 교훈을 얻었던 뼈아픈 순간 등. 그 망각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곧 '기록'이다. 꼭 기록은 각을 잡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숭님은 주말 아침, 이동할 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틈틈이 기록하신다고 한다. 기록의 목적이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숭님의 동료인 규림님은 사진 대신에 그림으로 기록하시고, 멋지고 착한 종서님(@jongseo.one)은 '순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남겨두기 위해, 필름'으로 기록하신다고 한다. 

 

멋지고 착한 종서님(@jongseo.one)

 

세상의 많은 순간은 우연이다. 내가 방금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길고양이라든가, 카페에 함께 앉아 있는 다른 손님들이나 모두 우연이 만든 일상이다. 어쩌면 기록은 그것을 차곡차곡 수집해서 정리하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 기록에서 빈 틈을 찾아냈을 때 예술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한 번뿐인 인생, 나의 history를 남기자'

 

3. 일상을 예술화하는 방법 3가지

일상을 예술화하는 방법

 

1) 관찰

사소한 것에 감동을 잘 받는가.

영감 - 내 마음에 자극을 주는 것 - 은 사소한 것에 있다.

 

2) 기록

좋은 기록 : 현상을 보고 내가 무엇을, 어떻게, 왜 느꼈는지를 기록

나쁜 기록 : 현상에 대해서만 하는 기록

 

3) 실행

마케팅에 적용할 수 있는가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가

 

즉, 관찰하고 영감을 얻고 기록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

모든 것으로부터,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

 

From Everywhere, Everything


우리의 뇌는 사실 멀티플레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특히나 어떤 것에 몰입하면 멀티플레이는 더 어렵다. 즉, 자신의 관심사나 자신만의 topic에 따라서 영감을 얻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친구 태영과 글쟁이 이민경이 알파고를 관찰했다고 치자. 태영은 알파고의 알고리즘이나 작동방식, 그리고 저 안에 숨겨진 원리, 자신의 연구에의 적용점을 찾아내는 반면, 나는 알파고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팔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게 느끼는 두려움을 어떻게 덜어낼 카피를 만들어낼지, 인공지능이 삶에 주는 가치를 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도출하는 인사이트는 다를 것이다. 요즘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그래서 숭님은 여행을 할 때 '테마와 감각이 연결되는 여행'을 하라고 추천하셨다.

쉬고 싶으면 휴양지를 가고, 창업을 하고 싶으면 창업과 관련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여행지를 가라고 하셨다. 그 테마가 무엇이어도 좋다. 단, 자기만의 테마가 있어야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숭님(열정 - a.k.a. 열렬히 애정하는 마음 - 을 가지고 기록하는 사람)의 기록]

- 자리B움 -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들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 주간음식 - 음식, 장소에서 얻는 영감의 말을 수집

- 목요일의글쓰기 - 짧은 표현을 더 넓게 확장하기 위해 시작 -> PUBLY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로 연결

- 오래된 물건을 모아서 되팔기 - 각 물건에 깃든 스토리가 매력적

 

이러한 기록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 창의력으로 넘치는 것 같다. TBWA의 박웅현 님은 이렇게 말했다.

"창의력은 스퀴즈 아웃(squeeze out)이 아니라, 스필 오버(spill over)가 되어야 한다."

 

즉,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넘쳐흘러야 하는 것.

인터브랜드에서 이름을 만들 때도 그랬다.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일도 원료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언어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자연어'를 많이 찾았다. 지천에 널린 게 단어였다. 영어사전, 프랑스어 사전 등을 뒤적거리면서 상품, 서비스 컨셉에 맞는 단어를 찾았고, 신화, 동화, 영화, 만화 등에서도 찾았다. 그리고 변형을 시작했다. 양이 질을 담보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최고의 카피가 10번째 시도에 나올지, 26번째 시도에 나올지, 83,480번째 시도에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신도 모른다. 그러니까 계속 원료를 넣고 달릴 뿐이다.

 

4. 기록의 이점

  • 객관화
  • 성실
  • 효율적인 시간 관리
  • 생각하며 살기
  • 실행력

글을 쓰면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다. 내가 언젠가 개설할 글쓰기 수업 <펜시브 글쓰기>가 딱 저 목적이다. 덤블도어 교수가 기억을 보면서 객관화를 하듯이, 우리는 글을 통해 객관화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난잡한 세상에서는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본다. 

 

기록이 습관화되면 성실해진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매번 어떤 것을 메모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그것을 글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checklist를 작성하면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하다. 이는 실행력으로도 연결이 된다. 즉, 매일, 매주, 매월 할 일을 기록하면 여기에 'done'이라는 표시를 하기 위해서 효율적으로 살게 된다는 의미.

 

이 셋을 전부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생각하며 살기' 같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상황 속에서 남은 단 하나의 진리는, 우리는 생각한다는 것이다. 생각은 휘발성이 강하다. 그것을 붙잡아두기 위해 우리는 기록한다. 기록을 위해 생각할 수도 있고, 생각을 하기 위해 기록할 수도 있다. 뭐든 좋다. 둘 다 해도 좋다. 

 

숭님의 기록도구들

그리고 숭님의 기록 도구들.

+ 기록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록을 담는 그릇도 중요하다.

+ 나에게 맞는 기록의 때, 기록 방법을 찾아보자.

 

 

영양결핍에는 임팩타민, 영감결핍에는 숭팩타민


 

어쩌면 나도 메모의 엄숙주의(?)에 걸린 것이 아닐까 싶다. 메모는 멋진 사람만 하는 것, 글씨가 예쁜 사람만 하는 것, 마스킹 테이프를 잘 쓰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매 순간 기록했던 습관이 숭님을 어디로 이끌고 갔는지 잘 볼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 퍼블리 프로젝트, 독립출판, 그리고 수많은 마케팅 프로젝트와 오늘의 강연까지. 메모의 확장은 숭님의 세계를 만들었다. 나의 글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을까.

 

나의 글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을까.

 

나는 왜 쓰는가. 나는 나를 객관화해서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글을 쓴다. 브랜드 네이밍이든, 글이든 뭔가 만들기 위해서는 원재료가 필요하다. 메모, 기록은 어쩌면 모든 탄생의 원재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니 신도 인간을 만들 때 흙을 쓰셨다. 서툴지만 기록을 시작했다. 뭐든 생각나는 게 있으면 바로 적고, 가공하고, 시간을 내서 글로 옮긴다. 내 글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겠다. 그 최후의 세계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쓴다. 아 물론, 수영도 한다.

 

오늘 <최인아 책방>에서 한명수 CCO님(이하 상무님)의 강연을 들었다. 강의 제목은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미지와 영상을 다루는 사람은 어떻게 사고하는지 그 방법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역시 기대했던 것처럼 상무님의 장표 첫 장은 힙했다. 

 

 

세바시 강연에서도 뵀지만 역시나 유쾌하신 분이다. 보고 있는 사람이 마음을 열 수 있게 먼저 막 돌파하시는 분 같다. 이런 분들 보면 에너지 고갈이 걱정된다. 사실 나도 그런 편이다.

 

1. 나는

자기를 이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 나 스스로 나를 이해하는 방법

-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이해하는 방법

 

전자는 오류투성이이므로, 상무님은 후자에 도전하셨다.

 

상무님의 우형 입사 3개월 후, 봉대표님이 질문을 하나 던지셨다고 한다.

"이사님, 우리 브랜드 안 사랑하시죠?"라고 하셨을 때 상무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네, 안 사랑합니다. 하지만 좋아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과연 내가 상무님 입장이었을 때 저렇게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답변하신 상무님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흥미롭게 들으신 봉대표님도 놀랍다. 

 

그리고 입사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봉대표님께 카톡을 하나 보내셨단다. "대표님, 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대표님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기다려달라고 하시고, 얼마 후에 "여러 가지 색깔의 브랜드 옷을 각각의 상황에 맞춰 가장 잘 입는 센스 충만한 디자이너"라는 답변을 보내셨다고 한다. 이에 감동받으신 상무님은 카카오 이모티콘이 아닌, 라인 이모티콘을 캡처하고 크롭 해서 보냈다고 한다. 진정성을 담은 성의의 표시였으리라.

 

나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누군가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대한 진정성 있고 또 꽤나 잘 맞는 답변을 해준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나 외의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 고민으로 답변을 진심을 다해 만드는 것이 곧 '사랑'이 아닐까. 그렇게 점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아가고 계시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일까

 


 

나의 2017년이 생각났다. 정말 상무님 표현대로 '나는 ㅈ도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해였다. 세상은 나에게 1도 관심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매정한 말이지만, 현실이었다. 하지만 묘한 위로가 찾아왔는데,

 

아 그러면, 내 맘대로 살아도 되겠구나.

 

라는 깨달음이었다. 그 덕분에 1년 간 내 멋대로 살았다. 책도 내고, 평창 올림픽도 다녀오고, 상반기 준비도 하고, 놀러도 다니고, 인턴도 하고, 뭐 진짜 이것저것 많이 했다. 덕분에 내 자신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더 알아가야지. 그 과정에서 감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요즘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닌다.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준 친구에게도 고맙다고 하고, 거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게도 고맙다고 한다. 그 모든 사람들의 조각이 모여서 오늘도 나는 나를 구성하며, 나는 나를 조금 더 알아간다. 

2. 손이 생각

상무님은 디자이너이다. 즉,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손이 생각한다. 손에 뇌가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배민에 왔을 때 상무님은 디자이너로서, 시각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했다. 그니까 정말 눈에 보이는 문제는 싹 다 그의 몫이었던 것이다.

 

  • 배민의 Vision Ver.2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이 문구를 봉대표님이 만들었을 때, 바로 손이 나가서 표현하기 시작했다. 곳은 약간 사람 뛰는 것처럼 표현해봤다(폴짝)

 

곳을 사람처럼 해봤어요. 곳! 곳! 곳!!!!! 어때? 사람같져?!!!! 곳!! 곳!!!!

 

내 생각) 개인적으로 이 슬로건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배달'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배달의 본질을 말하고 있는 표어다. 글쟁이로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글..

 

  • 어슷한 디자인 - 반찬 패키지

상품의 품질은 그대로인데, Visual적 요소(Package)를 바꾸니 소비자들이 맛을 다르게 느낀다.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신기한 일!

 

내 생각) 과연 카피, 글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미지의 힘일까? 그렇다면 나도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 문화(文畫 - 글과 그림) 대통합을 이루리라!

 

  • 양이 질을 압도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양을 생산하다 보면 '오 이거 괜찮은데?' 싶은 게 나오는데, 그게 진짜 괜찮은 것이다.

 

내 생각) 모든 창의노동자들이 입을 모아서 하는 얘기 같다. 예전에 애드쿠아 인터랙티브 AE님 강의를 들었을 때도 그랬다. 좋은 카피는 어떻게 쓰나요 라는 질문에, '그냥 쓰세요.  멈추지 말고 쓰세요.'라는 답을 해주셨다. 즉, 좋은 카피가 3번째에 나올지, 48번째에 나올지, 27,494번째에 나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 써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도 그런가 보다.

 

  •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하는 디자이너"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니까 나를 쳐다보는구나

1세대 웹디자이너로 출발 -> 웹 디자인 에이전시 -> 다양한 회사

 

  • 제약조건을 이겨내는 훈련 -> 매우 중요하다

ex) 모음 i, o를 쓰지 않은 소설

너 이 기능 쓰지 말고 그려봐.

-> '자유롭게 하세요~' 하면 아웃풋은 대개 다 망한다. 제약조건을 걸고 하는 훈련은 고통스럽지만 아웃풋이 있다.

 

내 생각) 역시 사람은 자기 자신을 험난한 곳에 던져야 성장한다.

 

  • 남들이 하는 걸 엄청 잘하게 vs. 남들이 안 하는 걸 조금 잘하게

선택의 문제. 상무님은 후자를 선택했다.

 

  • 뭔가를 다룰 때 쪼잔하고, 쩨쩨하게 다루기

내 생각) 쇼호스트 출신 황현진 강사님께 '말하기'에 대해서 배운 것이 기억났다. 황현진 강사님은 영업의 말하기도 결국 설득이며,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짜잘하고, 쪼잔하고, 찌질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이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도록. 결국 이 지점이 글과 이미지의 접합점인 것 같다.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면, 최대한 글로 짜질, 쪼잔, 찌질하게 말해서 사람들이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ex. 숙취해소제

- 이 약은 숙취해소에 직빵입니다.

- 사장님. 요즘 연말인데 회식이 잦으시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술냄새, 고기 냄새난다고 피하고, 사모님은 한숨 푹~ 쉬시고...

근데 이 약 하나만 드시면, 회식 다 끝나고 말끔한 모습으로 치킨 한 마리 사들고 들어가실 수 있어요~ 애들이 우리 사장님을 너무 좋아하지 않을까요?

 

  • 일반적인 대기업 회의 분위기

- 이상하다.. 괜히 엄숙하다.. (나는 사진 찍지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회의에서 추상적이고 실재가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

- 다들 말만 하지, 손을 쓰지 않는다.

 

-> "아!! 시각적 소통을 못하는 사람들을 도와주자"
-> "펜을 드세요. 칠판에 그려보세요. 제가 팔꿈치를 받쳐드릴게요. 그려보세요."

 

Q. 왜 시각적 소통을, 사람들은 두려워할까? 어차피 결국은 만들 거잖아. 뭐가 됐든 표현해라!!

 

  • 상무님의 임무: "시각적 경청자"로서 '시각 소통 가능자'와 '시각 소통 불가자'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
  • 어슷하게 하기 : 만화로 보고서 작성하기
    --> 아무도 읽지 않던 보고서를 사람들이 보기 시작.
    --> 보고서 마지막 장에 절취선으로 이것만 보세요 부분이 너무 인상 깊음

만화로 작성한 보고서. 인기폭발.
절취선을 보고 소름...

  • 창작을 하려면 진짜 선생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쑥쑥 성장한다.
  • 구조를 봤기 때문에 진짜를 본다
  • 안도감을 느끼면 그 순간 넌 끝이야!
    --> ㄹㅇ인 듯
  • 우리가 할 일을 사람들이 눈으로 보게 만들어야 한다.

ex. 배달 로봇 딜리 론칭 영상 (개고생 했음)

: 우리나라에서 배달 로봇은 아무도 안 했으니까 제일 먼저 해야지~ [포지션 선점]

https://youtu.be/FkkZQjZ_-oM

 

하지만, 이 영상은

구성원들의 머릿속으로 들어와서 '새로운 비전'이 되고,

소비자들의 머릿속으로 들어와서 '우형은 단순 배달회사가 아니라 IT 인공지능 개발회사구나'라는 것이 생긴다.

 

3. 진짜 vs 가짜

1) 참에 대한 궁금함

* 겉과 속이 일치해야 진실이다 --시각적 사고는 바깥을 보고 안을 읽어낸다

 

겉과 속이 일치해야 진실. 그 경계에 디자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

 

2) 면접하지 말고, 우리 대화해요.

"진짜 너의 얘기를 해줘!!!"

(당신이 대학생 때로 돌아갔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때 어떻게 말했나요?)

- 다들 어려워한다. 왜 힘들까.

- 그 안에 분명히 진짜 자기가 있는데... 제발 꺼냈으면!

 

  •  오리지널(Original)

"똑같이 하세요. 근데 새롭게는 보여야 해요."

대학교 교과서가 말하는 브랜드 디자인 : 일관성, 타당성 --> 현실에서는 ㄴㄴ
--> 하지만 배민은 그렇게 하라고 하더라

 

  • 창의 노동의 회복 -- 트렌드를 따르는 순간 트렌드의 노예가 된다
  • 디자인 결과물은 정직하다
  • 일관성: 사장님들 메뉴 사진은 무조건 디자인 팀에서 촬영. 빛. 조도. 방향 등을 다 설정
  • 업무보고서

    - 사진 + 에세이 구조. 무조건 타 직군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써라. 화이트 밸런스란 말 말고 쉽게 쉽게!!

    - "행복하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신기)

    - 감정을 드러내도록 유도한다

'행복하다'라는 말이 등장하는 업무 보고서. 타 직군의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유치하더라도 자신감 있게!

  • 제약 조건을 훈련하자.
  • 우리는 누구와 협업하든, 늘 하던 것을 한다.
  • 의사결정 과정이 모든 구성원들에게 느껴지도록 공유한다

    -- 반드시 경험하도록, 특히 재미있게 경험하도록

    -- 재미있는 일은 재미있게 결정한다.

  • 배민의 자원은 외부에서 끌어다 쓴다 - 신춘문예, 치킨 소믈리에

이 아저씨도 배민의 자원. 아니면 배가 고프거나.

  • 일하는 사람의 반응과 대화에서,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4. 충만했다 허무했다

 

이 둘의 반복이 삶이 아닐까.

팀 내부에서 정서적으로 즐거운 느낌을 만드는 것이 나(상무님)의 임무!

 

"시각적 훈련하기" :컵을 컵으로 보지 않기. 다르게 보기
ex.)ㅋㅋ페스티벌 ㅋ인증샷 이벤트

 

5. 그래서...

"한 분야의 창조적 사고를 배운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문을 여는 것과 같다."

 

세바시 영상으로만 뵀을 때는 그저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었는데, 오늘 강연을 듣고 나니 '나는 누구인가, 나는 솔직한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진 걸지 모르겠다.

 

"저는 글로 자신을 주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감정을 글로 솔직하게 표현하다 보니 사람들이 저를 무겁고, 우울하고 심오한 사람으로 보더라고요. 지금이야 그렇다 쳐도 면접이나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이것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대리님, 점심 먹고 오니까 지금 제 배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기분이에요~'라고 말해야 할까요.."

 

상무님은 내가 글을 쓸 것처럼 생겼다(덧붙여, 윤동주를 닮았다고...)라고 하시고, 이내 진지해지셨다.

 

"일단 본인이 선택을 해야 해요. 나는 일이고 사람이고 뭐고 돈이면 된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 자신을 숨기세요. 하지만 나는 '내 말을 알아듣는 사람과 정말 일하고 싶다' 싶으면, 표현은 좀 이상해도 자기 자신을 드러내세요. 그 자리가 물론 긴장이 되는 자리인데, 다 아저씨들이에요. 저는 면접 보러 가기 전에 계속 스스로에게 얘기했어요. '아저씨야. 아저씨야. 아저씨야.', '이 건물 나오면 내가 '저기요, 아저씨' 할 수 있는 아저씨야', '명함이 없으면 아저씨야. 아저씨야. 아저씨야'를 계속 말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기업에 면접받으러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기업을 면접한다고 생각하고 가세요."

 

...

질문하기 참 잘했다.

몸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이 쭉 빠져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자꾸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분장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건데, 남들도 좋아한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숨기고, '있어보이는 것', 'RGRG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냥 내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답을 생각해야겠다.

 

집으로 가던 길에 한 문장이 떠올랐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 영화 <족구왕>

 


조직문화를 만들고, 회사 내부의 '창의 노동 집단'의 자원들을 자극해서 최대의 성과를 내게 하고, 슬로건도 쓰고, 붓글씨도 쓰고, 비누도 깎고, 앱도 디자인하고, 직원들이 잘하면 즉석 상장도 만들고, 포스터도 만들고, 낙서하도록 유도도 하고, 망한 서비스의 그림을 재활용도 하고, 이제는 하다 하다 로봇 디자인까지 하는 한명수 상무님의 삶은 말 그대로 몸을 쓰는 사람의 삶이었다. 예술가라 하면 뭔가 카페에서 망중한을 보내면서 영감을 얻으면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상무님이 말씀하신 디자이너는 그것과 달랐다. 배민의 디자인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창의노동이라는 단어가 뇌에 강하게 박혔다. 내가 하는 글쓰기도 창의노동이 될 수 있기를.

 

상무님은 디자이너이기에 앞서, 명함, 소속, 종교, 인종, 성별 등을 다 떼고, '나는 어떤 인간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었다. 세상 그 어떤 것이 나라는 존재를 보장한단 말인가. 영원한 회사도 없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나에 대한 고민은 멈춰서는 안 되겠다. '혼자 고민하면 오류투성이'라고 상무님은 말씀하셨다. 결국 필요한 건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나에 대해 고민해주고 표현해주는 좋은 사람들, 좋은 동료들이겠다. 그런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고, 그런 사람들과 가족을 이루어서, 한명수 상무님은 조금 더 자기 자신이라는 진리에 다가가고 있으신 것 같다. 부럽다.

 

내성적인 사람 둘 

아무튼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에버노트 커뮤니티 나이트에서 뵌 이임복 쌤은 '스마트 워커(smart worker)'라고 부르면 딱 맞는 분 같았다.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고 강연으로만 들었지만, 박학다식하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신다는 느낌이었다.


<IT트렌드를 읽다>는 매달 하나의 IT 주제를 잡아서 해당 주제의 최신 트렌드를 정리해주시는 강연이다.

IT 관련 소식을 기사로 볼 때보다 더 깊고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기사로 볼 때는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많아도 그냥 넘겨서 읽곤 했는데,

강연을 들으면서 흘려보냈던 기사가 이해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번이 두번째 참여인데, 저번 강연이나 이번 강연이나 크게 느낀 점은 확실히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이다.

그런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사람의 삶에 점점 깊게 침투하는(이미 많이 침투했지만..) 기술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트렌드 세터가 되지는 못해도, 트렌드에 발맞춰 나가는 정도는 해야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달 <IT 트렌드를 읽다>는 '핀테크(FinTech = Financial Technology)'를 다뤘다.


아래는 강연을 들으면서 정리한 내용.







<돈이 되는 핀테크 이야기>
Fintech = Financial + Technology - 금융 기술

핀테크는 원래 있었던 것 
- 우리나라는 훨씬 이전에도 모바일 뱅킹이 잘 되어 있었다. 이 때도 핀테크 시대였다.
그런데 마치 최근에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새로운 ‘것 처럼’ 핀테크라는 말이 급부상.


핀테크라는 표현
- 금융이 중심이 아니라, IT가 중심이다. 이제는 테크핀(TechFin)이라고 불러야 한다.

은행의 기본 : 예대마진
—> 예금, 송금 등의 기존 은행 업무를 IT기술이 하나씩 조각내서 빼내가고 있다. (ex. Toss - 송금 서비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24시간동안 모두와 모두가 연결된 세상. 불가역적이다(이제 스마트폰 없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핀테크 확산 이유]
  1. 기술발전 - 모바일 & 와이파이 (2007, 아이폰3gs 등장)
    —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2. 스마트폰 보급 - 스마트폰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보급률이 올라감
    샤오미 신제품 - 14만원(최고가 17만원)
    5060 세대 인터넷 이용율 급성장 -- 고연령층도 스마트폰 활용률이 올라감. --> 스마트폰 때문에 컴퓨터 보유 가구 감소
    Codeless 시대 - tv, 컴퓨터 코드가 뽑히는 현상이 일어난다.
    —> 결국 mobile only 시장으로 변화

  3. 금융소비자의 인식변화
    금융 관련 거래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 = '스마트폰으로 모든 게 다 되네!' 라는 마인드.
    동전없는 편안함 —> 지폐없는 세상으로 [현금없는 세상]
    모바일 인증에 대한 인식 변화 : 스마트폰 초기에는 보안에 대해 불안해했다. --> 하지만 이제는 편함이 리스크를 이긴 사회가 된 것 같다.
    아직 우리나라는 핀테크 리스크를 개인이 짊어지고 있지만, 최근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짊어지려고 한다.

    ex. 간편승인 - 금융 거래시 본인 인증 필요 (iphone 5s: 지문인증 도입)
    ex. 알라딘 앱 내 결제 — 인간의 고민 시간을 0으로 만듦
    ex. FaceID — 결제 속도가 더 빨라짐 그러나, 초기에 모바일 뱅킹 못함(보안 논란) --> 스마일투페이(중국) --> 12월, 우리은행, NH농협이 허용 —> 
    기술이 나오고, 그 기술이 편하다고 인식을 심는 순간, 기업이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고객이 편하다고 느끼니까)

  4. 서브프라임 이후 대안금융(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우리나라에서는?]
'천송이 코트' 언급 이후로 핀테크 발전 -- 일단 금액적 한계를 두고 공인인증서 폐지 시작.
--> 우리나라는 바뀔 역량이나 기술은 충분했는데, 계기가 없었던 것 같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언급 이후로 IT 발전 시작

최근 탈 전자서명 담론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 공인인증제도 폐지 후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축 중


FinTech의 특성: Rapid 
- 빨라야 해. 예전보다 빨라진 스마트폰을 쓰고 빠른 것을 요구. 사회 전체가 빠름을 추구.
빠름에서 나오는 간편함을 넘어서서, TECH가 발달을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1. 간편결제
2. 간편송금
3. 간편투자
4. 자산관리

#1. 간편결제 
- 간편승인에서 간편결제로 넘어갔다.
1) offline결제 - nfc방식의 모바일 카드(지하철, 버스) [2011년 비씨카드/하나카드가 시도]
--> 확산되지 못한 이유 - VAN / 결제기 보급이 문제

2) 앱카드 -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서 QR코드 인식해서 결제 진행

3) 모바일 전용 카드 - 플라스틱이 아닌, 모바일 전용으로만 발급 --> 실패
—> 문제점: 불안함. 플라스틱 카드 경험이 있어야 한다.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4) 모바일 간편결제: ~페이.
애플 페이/ 안드로이드 페이[국내에서는 안 됨]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애플 페이 등을 도입하면 카드사가 수수료를 나눠줘야 한다.
—> 의의: 카드사가 아닌 ‘테크기업’이 만든 기술

5)삼성페이: 삼성이 루프페이(마그네틱 방식으로 결제)를 인수(2015.3) - 출시 후 가맹점수 200만 돌파
—> 단점: 마그네틱 복제에 대한 우려
—> 그럼에도 오프라인 국내의 절대 강자

6) 모바일간편결제 온라인 결제 : 네이버페이
—> 성공요인: 공인인증서 필요없이 비번 입력하면 바로 결제
네이버는 카드사가 아니지만, 카드를 네이버에 등록해놓고 쓰면 그만이다.
이득: 신용카드 포인트 + 네이버페이 포인트 동시에 쌓임

해외: 알리페이, 페이팔 독주/ 위챗, 애플, 아마존 추격


#2. 간편 송금
  • M-PESA(엠페사) - 모바일 + 페사
아프리카에서는 인출, 송금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80% 보급
“은행계좌를 만들기 어렵다면, 휴대전화를 계좌로 이용하자” --> MPESA의 시작
—> 원칙에 충실한 것.
—> 금융의 본질: 돈 잘 보내주고, 돈 잘 받는 것.
    • M-PESA의 효과
-- 급여체계가 투명해지고. 세금 징수율이 높아짐
-- 케냐 정보 GDP 상향 조정
-- 아프가니스탄 유령 경찰 확인 --> 휴대폰으로 경찰 인원을 계산해서, 유령 경찰은 급여에서 제외 --> 남은 경찰들의 임금 상승 효과


국내에는?
  • TOSS
  • 카카오페이
—> 두 서비스가 점유율 95%

과거에는 TOSS를 많이 쓰다가 최근 카카오페이 유저 증가 -- 특히, 고연령층이 카카오페이를 많이 쓴다.(그만큼 사용자 경험이 편하다는 것을 의미)

  • TOSS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매우 훌륭했다.
스타트업들이 은행의 기존 기능 중 하나를 빼갔다(송금) --> 기술 발달 --> 소비자가 기성 은행에 요구

주거래은행 앱은 너무 복잡하다.
하지만 토스는 매우 심플 - 바로 직관적으로 송금 인터페이스 등장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인터페이스로 시작화면을 구성

(정체성을 반영한 TOSS의 시작화면)



토스머니 기능
토스투자 기능
해외주식투자 가능 - 대박... 매우 간편해짐

나아가는 방향: 금융 주치의 -- > 소액 금융 고객 맞춤형 서비스
— 점점 기능이 추가되는 중이다.

TOSS는 최근 유니콘이 되었다

  • 카카오페이
— 선물하기 중심으로 발달

  • 네이버페이
— 송금이 가능하다
— 하지만 유저는 별로 없어보인다.

—> 익숙한 것(카카오페이)을 많이 쓴다

[QR결제(송금)의 시대 - 중국]
스타벅스에 가면 바코드 리더기가 고객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읽히라는 것 (일종의 고객 길들이기)
중국에는 심지어 가판대에도 QR코드가 붙어있음

(우리나라는?)
카카오 ID를 표시
카카오페이/ 계좌이체 됩니다 표시
--> 좋은 기술을 만들었으면, 소비자들이 쓰게 만들어야 한다.
--> 새로운 기술이 만드는 경험을 소비자들이 하게 해야 소비자들이 점점 사용량을 늘린다.

  •  즉시성 - shake to pay
    - 스타벅스, 카카오톡 흔들어서 결제하는 시스템
  • 중국 송금서비스와의 차이점
— 알리페이: 법인간의 거래 활성화(B2B)를 위해 성장

— 위챗페이: 카카오페이와 유사

— 중국이 핀테크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한 이유: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음 --> 정부 제도혁신에 따라서 알리페이, 위챗페이(민간주도)로 발달
— 중국은 베타 사회: 좋은 서비스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실험을 한다. --> 알파로 전환되면 엄청나게 확산

최근, 카카오페이는 ‘한중일 간편결제 로밍 시스템 구축’을 추진


[인터넷 전문은행]
은행은 언제 갈 수 있나요? 점심시간이나 휴가내고
--> 사실, 정말 이상한 것이었는데 이상하지 않게 길들여진 것이다.
--> 이렇게 현재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의 불편함을 잘 관찰해야 하는 듯
  • 카카오뱅크
— 내 손안의 편안함, 익숙함
— 캐릭터 상품화

핑크앱 설치 - 유병재 카드
카카오 OTP

—> 기술의 발달에 따라 소비자들이 편함을 경험하고 이를 은행에도 동일하게 요구 --> 기존의 은행이 변화
—> 통장만드는 시간, 적금드는 시간 매우 단축

  • 케이뱅크
    - 적금 이율이 높다.

최근,
  • 토스은행 (무산위기)
  • 키움은행 
추진 중


#3. 간편 투자
P2P 펀딩 = 디지털 사채 
- 은행을 배제한 상태에서 돈이 필요한 두 개인을 연결하는 플랫폼

2008년 금융위기 후 돈을 안 빌려주니, IT회사들이 돈을 모아서 빌려주던 것이 P2P투자의 시초(랜딩클럽, 소피, 온덱)

국내 업체: 어니스트 펀드, 8퍼센트, 펀다
문제점: 사기사건, 도산 등의 문제
보완책: 은행과 P2P가 손을 잡음

  • 카카오페이 - 투자 서비즈 — 매일 11시에 P2P가 마비될 정도(ㄷㄷ)
알리페이 — 집의 현금을 들고오면 투자를 해준다는 서비스

--> 카카오페이 투자는 다소 위험하다 — 카카오페이가 직접하는 게 아니라, 피플펀드에 있는 상품을 끌어다 쓰는 것이라서

  • P2P 소액투자 — 카카오페이 웃고, 삼성페이 울상
    —> 위험한 것

[크라우드 펀딩]
— 와디즈: 채권 투자

위험하지만 소액(5만원)으로 한 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내 돈이 들어가야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음


#4. 자산관리
— 뱅크샐러드: 데이터 공유로 금융빗장이 해제되어 가능한 서비스
    — 연금조회 서비스
    — 금융 주치의(좋은 브랜딩이라고 생각)

대부분의 핀테크 기술은, 테크 회사의 기술 개발 —> 금융업이 따라가는 추세를 따른다






2019년 핀테크 POINT



QR

인터넷전문은행

소액투자 


[느낀점]


편함이 리스크를 넘어선 시대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점점 더 빠르고 편한 것을 추구한다.

그 와중에 아날로그, 레트로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IT기업의 브랜딩을 해보고 싶은 이유가 떠올랐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날, 사람들은 알파고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하는 기사가 범람했다.

오로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내 친구만 평온했다.


나는 이러한 시대에 브랜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브랜드 마케터들이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그 무언가가 나올 때마다 그 브랜드의 생명을 넣어줘야 한다.

뱅크샐러드가 '금융 주치의'를 표방했다는 점은 그래서 의의가 있다.


'금융주치의'는

'은행가서 돈 많은 투자자와 비교당하지 마세요. 이제 제가 오로지 당신을 위한 금융관리를 해드릴게요' 라는 브랜드 메시지와

이 브랜드를 썼을 때 기대되는 효용이 담겨 있는 좋은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기술이 세상을 이끈다면, 그것이 불가역적이라면

그리고 그 기술을 사람이 쓰는 것이 확실하다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마케터라면

기술도 이해해야 한다.

(출처: 멀티캠퍼스 네이버포스트)


SK 하이닉스의 수시 채용 공고를 시작으로 사실상 2019년 상반기 취업시장이 문을 열었다.

묵묵히 대비하고 있던 어느날 문자를 하나 받았다.



다른 내용보다 '일타강사 홍기찬, 박규현 선생님의 취업전략 특강'이라는 문구가 내게 강하게 다가왔다.

선배들의 특강도 유용한 지점은 있긴 하겠지만, 그것도 어쩌면 수많은 취업자 중 하나의 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강사들이라면 여러 케이스를 접하고 그 안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신청했다.


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세종대로 일찍 갔다. 

2시 시작인데 12시 반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오픽을 주관하는 기관은 '멀티캠퍼스'라는 기업인데, 삼성그룹의 자회사라고 한다.(삼성 당신은 대체...)

그래서 삼성전자에서도 후원을 해서 '기어 VR로 체험하는 VR 모의면접' 홍보 부스가 있었다.

나도 참여해봤다. 모의면접은 생각 이상으로 유능(?)했다.


실제 현직에 있는 인사 담당자를 녹화한 영상이 면접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영상 속 면접관이 질문하면 그것에 대해 내가 대답하는 방식이다.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와서 놀랐다. 


준비된 질문을 다 대답하면, 나의 면접에 대해 총체적으로 분석을 해준다.

시선처리, 음량의 적당함 등 예상을 뛰어넘는 세세한 피드백에 놀랐다.


학교에 설치해놓으면 혼자 면접대비하기에 매우 좋을 것 같다.

반복적으로 면접 환경에 자신을 노출하며, 면접 두려움을 없애기에 좋은 기기이다.



MC는 '철수와 존슨'이라는 유투버가 보았는데, 취업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대중의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원체 취준생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지라 분위기가 싸했다......(지못미)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홍기찬 선생님의 <2019년 상반기 대기업 채용동향과 준비전략>이었는데, 역시 기대했던 만큼 얻은 것이 많았다.

거의 파워포인트를 쓰지 않고, 말로만 1시간 넘게 강의를 하셨는데, 말이 막힘이 없었다..

내게 필요한 자극도 많았고, 이렇게 넋놓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느꼈다.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강연 요약

- 문과 정보 위주


대기업 공채 : 2019년 상반기 공채는 이미 시작했다.(SK 하이닉스)


상반기: 일정이 여유롭다.(인적성 4월 둘째주) --> 그러니까 지금 당장 시작해라


토익스피킹 / Opic

- 국내 직무: 6급 / IM

- 해외 관련 직무: 7급 / AL


*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

1) 잘 모름 : 직무, 기업을 선정할 때 채용 규모를 생각해라


2) 자소서를 안 쓴다 --> 많이 써라

ex. 지원동기가 무엇? - 문제점 - 역량 - 솔루션 --> 이런 포맷이 가장 좋지만, 이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연결고리 : 직무

제품 - 산업분석 (X)

직무 위주의 접근을 하라 --> 지금부터 당장해라


3) 엉덩이가 가벼움

자리에 앉아서 진득하게 해라


4) 이 바닥의 판(?)을 너무 잘 알지만 면접 때 미끄러짐

면접은 입으로 연습해라


* 채용 프로세스 - 문과

- GSAT : 시중 문제집보다 쉽게 출제된다. --> 나에게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

- 언어: IT, 환경 분야에서 낯선 단어가 나온다. --> 도식화해서 풀기

- 수리 --> 시간 반드시 재고 푼다. 나눗셈, 비율 계산을 누가 더 잘하느냐의 문제

- 시각적 사고: 쉽다

- 논리게임: 맨 마지막에 풀기

--> 시중의 문제집은 다 푼다.(3일에 1권씩). 4주동안.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라.


- 자소서 : 직무 중심 자소서가 곧 차별화시키는 자소서(다른 지원자를 배제하고 너를 한 번 보고 싶다고 느끼는 자소서) ex. 배려심

- 지원동기: 1) 산업 연결 (문과는 해당 없음) 2) 기업 연결 - powerful하지만 드물다. ex)자동차업계 인턴 3) 직무 연결 - 범용성이 높아서 좋다


- 입사 후 포부

- ex) 매출 증대(X) --> 세분화, 구체화시켜라 : 1)제품 파악 2)고객 이해 3)시장 이해 // Supply chain의 끝단 : 시장을 파악(트렌드 파악), 경쟁사 파악

- 현직자를 통해서 알아봐야하는 것들이 이런 것들


- 서술 방법

- 결과가 아닌 과정을 서술하는 곳이 곧 자소서

--> 내가 한 것들의 과정을 history로 정리해라


- 면접

요즘 인사담당자의 고민? 신입사원의 워라밸, 퇴사욕구 --> 임원들은 '한국인'을 그리워하고 있다.(아메리칸 스타일 ㄴㄴ)

-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 

-->1) 편한 일을 하려고 하는 모습 

-->2) 거짓말하는 모습 - 어떤 모습이 좋은 머슴인가

ex1. "어제 비가 와서 밭을 못 갈았습니다."

ex2. "대감님, 죄송합니다. 원래 어제 밭을 갈 예정이었는데, 제가 기후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다음부터는 비가 올 날과 비가 오지 않을 날을 더 세밀하게 예측하고, 비가 오는 날에 할 수 있는 플랜B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 면접은 입으로 연습 해라. (절대 타이핑으로 하지 마라.)


- 임원진 입장에서 신문을 본다면?

-->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나 경제 변화에 따른 사측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ex.) 소득 주도 성장? - 그 취지는 이해하나, ~.

--> 신문, 특히 사설부터 읽어라



- 어떤 회사?

- smart한 선배가 많은 조직으로 가라

- 취업에서 인생의 답을 찾지 마라.



* 오늘의 요약

- 직무 위주 자소서 : 해당 직무 스펙트럼을 넓혀라. 과정 중심 서술. 어떤 머슴이 좋은 머슴인가.

- 인적성 준비는 오늘부터 당장 시작


얼마 전, 42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에 응시했다.


고등학교 때 국사를 공부한 뒤로, 역사와는 담을 쌓았다.(특히 근현대사는 아무리 해도 점수가 안 올랐음..)

그러던 중 아주 먼 옛날 찾았던 한능검 교재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책은 바로,

(출처: 알라딘)


이 책이었다.

그래서 한능검 42회에 접수하고, 그날부터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2주 빡세게 공부했더니, 매우 좋은 점수로 합격할 수 있었다.





0. 개요

시험준비 기간: 2주

시험준비 방법: 이투스 최태성 선생님 한능검 인강 + 모의고사 독학 풀이

시험결과: 1급 합격 (94점)



1. 시험소개

http://www.historyexam.go.kr/main/mainPage.do


(출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크게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지고 평가 등급은 다음과 같다.


(출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


1년에 총 네 번의 시험이 있으며, 그 중 한 번은 올 초에 시행된 42회였으니,

한능검에 응시할 사람들은 다음 스케줄을 캘린더에 등록해놓고 접수기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출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



2. 내가 선택한 공부방법 - [고급] 별★별 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 대비 특강 (이투스)


한능검 시험 공부를 하는 방법 중에 나는 마침 가지고 있던 책이 이투스의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 교재였기 때문에,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했다.

무료 강의임에도, 정말 좋은 퀄리티의 강의이다.


최태성 선생님은 일명 '아트 판서'로 유명하신 분인데, 한 시간 수업을 들으면 칠판 한 가득 '아름다운(?)' 판서로 가득차게 된다.


큰별쌤의 아트판서 (출처: 이투스 유튜브 채널)



단순한 필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름 역사의 흐름과 시대를 반영한 필기이기 때문에, 역사 순서를 흐름에 맞게 외우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가끔 어떤 강사들은 역사의 뒷얘기를 들려주거나 자신의 역사적 견해를 피력하다가 삼천포로 새는 일이 많은데, 그럴 경우 앞에서 배운 흐름을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최태성 선생님의 경우에는 특정 역사적 사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질문을 던져주는 정도라서 강의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제강점기 때는 '다들 소시민이라 그렇게 살았다'라고 함부로 일반화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분명히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 있다는 것은 역사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가 되어야 하며 뒤에 올 세대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보라는 메시지도 기억이 난다.


수업이 40강이라서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당일치기 특강'을 듣도록 하자.


(출처: 이투스)



강의를 완강하고나서는 역대 기출문제를 풀었다. 대략 4회분을 풀었으니 1년치를 풀었다고 보면 된다.

아래에서도 강조하겠지만, 단순히 강의를 듣고 사료를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역사적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채점을 하고 나서는 오답을 반드시 체크하고, 맞은 문제라도 보기가 어느 시대의 역사적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도 좋다.


3. 팁


1) 너무 세세한 역사적 사실에 매몰되기 보다는 흐름을 기억하자

한능검의 합격 커트라인은 최소 60점이기 때문에, 너무 자세한 내용을 기억하기 보다는, 흐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흐름이라는 뼈대를 만들고, 왕의 이름, 그 왕의 업적, 당시의 경제, 사회, 문화적 사실을 배치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하자.



2) 기출이 가장 좋은 자료

기출이 가장 좋은 자료인 이유는, 사료가 나오기 때문이다. 단순히 강의만 들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사료(자료)를 보고 어느 시대, 어느 왕의 재위기간인지 알고, 그 때의 역사적 사실이나 유물 등(보기)을 판별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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