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세우고, 방법을 찾아서, 실현하는 마케터



내 나이 이제 스물아홉이며, 곧 서른이다.

초조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며, 늦었다고 하기에도, 그렇다고 빠르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나이이다.

굳이 무게추를 둔다면 늦었다는 쪽으로 좀 더 기울겠다.


요즘 나의 간절함이자, 결핍은 취업이다.

작년까지는 남들이 다 해서, 나빼고 다들 하니까 취업을 서둘러 하고 싶었다. 2018년 말에 인턴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실무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 - 회사 사람들, 소비자들 등등 - 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런 마음을 펼치기 위해, 나는 필드로 나가고 싶다. 학교 도서관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이제 상반기 취업 시즌이 열렸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다시 점검할 마음으로, 이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출처: 알라딘)


이 책은 배달의 민족 CBO(Chief Brand Officer)인 장인성 님께서 쓰신 책이다. 그래서 우아한형제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많이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배민에 대한 팬심으로 마치 무협지 소설 읽듯 읽었다. 내가 배짱이 모임에 가서 봤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처럼.

이번에 읽을 때는 다른 마음으로 읽었다. 다른 사람에게 행복과 도움을 주기 위한 마케터 지망생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읽었더니,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였다.



(수많은 포스트잇 인덱스)




1. 마케팅의 본질

누구에게 팔면 좋을지,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은 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원인을 찾고,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최적의 방법을 만들고,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 제대로 실행해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는 것, 이게 마케팅의 기본 (p. 16)

결국 마케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고 본다. 우리의 상품/서비스를 구매할만한 '사람'이 누군지,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은 왜 자꾸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지, 그 '사람'이 우리의 상품/서비스를 구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계획을 짜고, 실행방법을 찾아서, 실현하는 일이 곧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마케팅을 해야하는 것일까? 이윤창출? 맞다.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마케팅을 혐오하는 사람에게는 '사람들 등쳐먹으려고' 라는 말이 나올 테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영업 전략의 틀을 만들기 위해' 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겠다. 나는 사람들의 욕구를 나/회사가 가진 가치로 해소해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을 알아야 한다. 나도 사람이니, 일단 나부터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경험자산을 늘릴 것을 강조한다.


경험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맙시다. 돈 쓴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느끼고 경험을 쌓읍시다. 마케터의 소비는 투자와 같습니다. (p. 30)


경험을 통해 마케터는 성장한다. 또한 경험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도 마케터는 성장한다.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 주어진 틀을 깨고 나와 불편한 지점을 찾는 자세, 관찰하고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실행하고, 배우고 실패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성장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어려 일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어떤 사람의 성장 유무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경험을 막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언어습관이 대표적인 예다. '원래'라는 말은 정말 모든 논의를 무력화하는 말이다.

열띤 토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그 생생한 현장을 단 한 순간에 압살할 수 있는 말이다. "그건 원래 그래".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도 이 말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마케터의 기획력


마케터는 일단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의 종착지는 결국 사람, 소비자이다. 어떤 사람이 나의 상품 / 서비스를 살지 고민하는 것부터 목표는 시작한다. 처음에는 소비자보다 상품 / 서비스 개발이 더 앞선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유형/무형의 가치를 만드는 것에 전제는 그 가치를 소비할 사람이기에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결국 모든 마케팅 목표의 시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주 타겟 소비자를 설정할 떄 우리가 하는 가장 쉬운 실수는 '인구통계학적 기반'으로 소비자를 나누는 것이다. 왜냐.

그게 가장 쉬우니까. 하지만 저자는 이런 구분은 요즘같은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평균'으로 '보통'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달라요. 평균은 낼 수 있지만 보통이란 건 없습니다.  ... 우리 모두를 각각 다른 개인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비로소 소비자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숫자 뒤에 진짜 사람이 있습니다. (p. 73)


사람을 정했으면, 다음으로 마케터가 던져야할 질문은 '왜(why)?'이다. 왜 이 마케팅 캠페인을 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수단만 적용하면, 비효율과 비용의 낭비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자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케터라는 직업은 줄타기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줄을 타야 하며, 누구보다 내 상품 / 서비스를 사랑하면서도 가장 호된 시선으로 나의 상품 / 서비스를 바라보아야 하는 달인. 그리고 늘 핵심고객과 그들의 행동을 상상하면서도, 지나치게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히지 않게 상상을 제어하는 달인. 그 중간을 잘 지키는 달인이 된다면 좋은 마케터가 될 수 있을까.




3. 마케터의 실행력


마케터에게는 작게 시작해서 짧게 던지고 빠르게 해야 하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최선을 다해 배트를 휘두르는 것 뿐입니다. (p. 131 - 132)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만 해도 실행력이 제로(0)였다. 주요한 원인은 하나였다.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완벽주의, 실패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 등이 실행을 가로 막았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우심과 나 스스로의 뼈를 깎는 노력 덕분에 이제는 실행 속도가 꽤 빨라진 편이다. 


실행을 함에 있어서도 '왜'가 중요하다. 조직원이든 조직장이든, 왜를 숙지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전제로 하는 실행은 언젠가 현타를 맞게 되어 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내면에 있으면,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서, 최적의 실행력을 보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일은 이어달리기가 아니라 함께달리기여야 합니다. (p. 149)

모든 일이 단선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공장에서 기계를 조립하듯이, A공정이 끝나면 B공정을 시작하고, B가 끝나면 C를 시작하는 것처럼. 하지만 마케팅이라는 일,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일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직렬적인 일은 없다. 병렬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분배해서 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겠다. 상대의 자존심과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상대방을 중심에 놓고 말하는 화법이 필요하겠다. 그게 곧, 좋은 '협업'의 비결이 아닐까.




4. 마케터의 리더십


리더가 구성원보다 뭐든지 많이 알고 항상 옳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모두 행복하고 일도 잘 돼요. (p. 186)


최선의 일은, 실행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결정을 그들이 내릴 수 있게 해주고 책임은 제가 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p. 199)


피드백을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일과 자신을 분리해야 합니다. (p. 207)


이 부분을 읽으면서, 리더가 이렇게 판(?)을 깔아주는 회사에서 일한다면,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상호 믿음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느꼈다. 나는 너의 의견을 비판하는 것이지, 널 비판하는 것은 아니야. 무슨 말이든 좋아, 너의 의견을 들려줘. 라는 개방되고 포용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든 것이 배달의민족이 오늘날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닐 것이다. 판을 깔아주고 대화의 장을 열어주고 책임을 지는 리더와, 그 리더 아래에서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치는 팀원. 정말 최상의 조합 아닌가.




5. 감상


마케팅에 관한 소소한 에세이 같지만, 마케팅을 넘어서 일을 하고 있는, 일을 할 예정인 사람 모두가 보면 좋을 책이다. 일이 막힐 때 펴봐도 좋은 실용서의 느낌도 난다. 일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가지는지에 대한 것이 주요한 내용같다. 어떤 사람이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거나, 딴 마음을 먹고 있다면 그 능력은 조직에 독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어떤 구직자인가. 나는 마케팅을 한다고 하면서 과연 사람을 생각하는가. 일을 왜 하려고 하는가.

이 외에도 수많은 질문을 내게 던져준 책이다. 상반기 공채 자소서를 쓰기 전에 읽어서 더 좋은 것 같다.

'Life > 독서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01. 양도영,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0) 2019.02.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