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스타그램에 긴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그간 반매체적 글쓰기를 해왔기 때문이죠. 사진, 동영상 등 이미지 중심 콘텐츠에 최적화된 인스타그램에 활자 무더기를 뿌렸습니다. 가벼운 내용보다 무거운 내용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글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큽니다. 그래서 이제 긴 글은 티스토리 블로그에 씁니다(네 맞아요. 홍보입니다). 원하시는 분들만 읽을 수 있게요! 하지만, 오늘은 간만에 반매체적인 글을 쓸 예정입니다. “글로 안 써두면 영원히 안 할 것 같아서”가 첫번째 이유고요, "사전 홍보를 하려는 것"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저는 고2때부터 글을 썼습니다. 혼돈의 시기였습니다. 사춘기와 입시 스트레스가 주는 부담스러운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매일 글을 썼습니다. 긴 글은 아니었고, 짧은 글을 툭툭 던졌습니다. 지금 봐도 혼돈 그 자체의 글입니다. 참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글이지만, 그 덕분에 글쓰는 습관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왜 그렇게 글을 썼던 걸까요?
해리포터 시리즈에 ‘펜시브’라는 것이 나옵니다. 기억을 저장해놨다가 볼 수 있는 마법 기구죠. 덤블도어 교수는 복잡한 사건이나 고민을 마주했을 때 이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펜시브를 사용합니다. 저에게 '글은 곧 펜시브'입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 감정이 어떤지, 내가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수영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등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사용하는 기구죠. 그래서 혼란스러울 때마다 제 자신과 저를 둘러싼 세계를 알기 위해 글을 썼나봅니다. 여러분은 언제 글을 쓰시나요?
그리고 글을 통해서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다, 공감한다, 위로가 되었다 라고 말해주는 것이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저 좋자고 쓴 글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줬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인지 모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2019년 4월 19일의 저는 제게 도움을 주신 수많은 사람들의 파편이 모인 사람입니다. 오늘도 어떤 사람을 통해 새로운 파편을 몸에 넣겠죠. 그러면 4월 20일의 저는 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저도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는 작은 파편이 되고 싶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주는 파편이죠.
그래서 언젠가 <펜시브적 글쓰기>(가칭)라는 글쓰기 수업을 만들까 합니다. 글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글쓰기가 이른바 ‘이륙 및 순항’하기 위해서는 활주로를 꾸준히 달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꾸준한 것은 쉽지 않죠. 혼자 이륙할 수 없다면 함께 활주로를 꾸준히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서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함께 글쓰기 습관을 만드는 거죠. 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글을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것도 목표입니다.
'니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글을 가르치냐..' 라는 내적 울림이 큽니다. 그래서 일단 저부터 글을 꾸준히 써서 독립출판에 도전해보려고 해요. 그렇게 책을 몇 권 내면서 얻은 지식이나 노하우를 나누고 싶습니다. 가르치는 것 말고요, ‘공유'하고 싶습니다. 언제 수업을 만들지는 모르겠습니다. 근데 이렇게 글로 안 써두면 영원히 안 할 것 같아서 반매체적 글쓰기를 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수업이 열렸을 때, 관심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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