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최인아 책방>에서 한명수 CCO님(이하 상무님)의 강연을 들었다. 강의 제목은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미지와 영상을 다루는 사람은 어떻게 사고하는지 그 방법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역시 기대했던 것처럼 상무님의 장표 첫 장은 힙했다.
세바시 강연에서도 뵀지만 역시나 유쾌하신 분이다. 보고 있는 사람이 마음을 열 수 있게 먼저 막 돌파하시는 분 같다. 이런 분들 보면 에너지 고갈이 걱정된다. 사실 나도 그런 편이다.
1. 나는
자기를 이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 나 스스로 나를 이해하는 방법
-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이해하는 방법
전자는 오류투성이이므로, 상무님은 후자에 도전하셨다.
상무님의 우형 입사 3개월 후, 봉대표님이 질문을 하나 던지셨다고 한다.
"이사님, 우리 브랜드 안 사랑하시죠?"라고 하셨을 때 상무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네, 안 사랑합니다. 하지만 좋아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과연 내가 상무님 입장이었을 때 저렇게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답변하신 상무님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흥미롭게 들으신 봉대표님도 놀랍다.
그리고 입사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봉대표님께 카톡을 하나 보내셨단다. "대표님, 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대표님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기다려달라고 하시고, 얼마 후에 "여러 가지 색깔의 브랜드 옷을 각각의 상황에 맞춰 가장 잘 입는 센스 충만한 디자이너"라는 답변을 보내셨다고 한다. 이에 감동받으신 상무님은 카카오 이모티콘이 아닌, 라인 이모티콘을 캡처하고 크롭 해서 보냈다고 한다. 진정성을 담은 성의의 표시였으리라.
누군가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대한 진정성 있고 또 꽤나 잘 맞는 답변을 해준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나 외의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 고민으로 답변을 진심을 다해 만드는 것이 곧 '사랑'이 아닐까. 그렇게 점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아가고 계시는 것 같다.
나의 2017년이 생각났다. 정말 상무님 표현대로 '나는 ㅈ도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해였다. 세상은 나에게 1도 관심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매정한 말이지만, 현실이었다. 하지만 묘한 위로가 찾아왔는데,
아 그러면, 내 맘대로 살아도 되겠구나.
라는 깨달음이었다. 그 덕분에 1년 간 내 멋대로 살았다. 책도 내고, 평창 올림픽도 다녀오고, 상반기 준비도 하고, 놀러도 다니고, 인턴도 하고, 뭐 진짜 이것저것 많이 했다. 덕분에 내 자신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더 알아가야지. 그 과정에서 감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요즘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닌다. 오랜만에 안부를 물어준 친구에게도 고맙다고 하고, 거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게도 고맙다고 한다. 그 모든 사람들의 조각이 모여서 오늘도 나는 나를 구성하며, 나는 나를 조금 더 알아간다.
2. 손이 생각
상무님은 디자이너이다. 즉,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미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손이 생각한다. 손에 뇌가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배민에 왔을 때 상무님은 디자이너로서, 시각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했다. 그니까 정말 눈에 보이는 문제는 싹 다 그의 몫이었던 것이다.
- 배민의 Vision Ver.2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이 문구를 봉대표님이 만들었을 때, 바로 손이 나가서 표현하기 시작했다. 곳은 약간 사람 뛰는 것처럼 표현해봤다(폴짝)
내 생각) 개인적으로 이 슬로건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배달'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배달의 본질을 말하고 있는 표어다. 글쟁이로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글..
- 어슷한 디자인 - 반찬 패키지
상품의 품질은 그대로인데, Visual적 요소(Package)를 바꾸니 소비자들이 맛을 다르게 느낀다.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신기한 일!
내 생각) 과연 카피, 글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미지의 힘일까? 그렇다면 나도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 문화(文畫 - 글과 그림) 대통합을 이루리라!
- 양이 질을 압도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양을 생산하다 보면 '오 이거 괜찮은데?' 싶은 게 나오는데, 그게 진짜 괜찮은 것이다.
내 생각) 모든 창의노동자들이 입을 모아서 하는 얘기 같다. 예전에 애드쿠아 인터랙티브 AE님 강의를 들었을 때도 그랬다. 좋은 카피는 어떻게 쓰나요 라는 질문에, '그냥 쓰세요. 멈추지 말고 쓰세요.'라는 답을 해주셨다. 즉, 좋은 카피가 3번째에 나올지, 48번째에 나올지, 27,494번째에 나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 써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도 그런가 보다.
-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하는 디자이너"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니까 나를 쳐다보는구나
1세대 웹디자이너로 출발 -> 웹 디자인 에이전시 -> 다양한 회사
- 제약조건을 이겨내는 훈련 -> 매우 중요하다
ex) 모음 i, o를 쓰지 않은 소설
너 이 기능 쓰지 말고 그려봐.
-> '자유롭게 하세요~' 하면 아웃풋은 대개 다 망한다. 제약조건을 걸고 하는 훈련은 고통스럽지만 아웃풋이 있다.
내 생각) 역시 사람은 자기 자신을 험난한 곳에 던져야 성장한다.
- 남들이 하는 걸 엄청 잘하게 vs. 남들이 안 하는 걸 조금 잘하게
선택의 문제. 상무님은 후자를 선택했다.
- 뭔가를 다룰 때 쪼잔하고, 쩨쩨하게 다루기
내 생각) 쇼호스트 출신 황현진 강사님께 '말하기'에 대해서 배운 것이 기억났다. 황현진 강사님은 영업의 말하기도 결국 설득이며,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짜잘하고, 쪼잔하고, 찌질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이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도록. 결국 이 지점이 글과 이미지의 접합점인 것 같다.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면, 최대한 글로 짜질, 쪼잔, 찌질하게 말해서 사람들이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ex. 숙취해소제
- 이 약은 숙취해소에 직빵입니다.
- 사장님. 요즘 연말인데 회식이 잦으시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술냄새, 고기 냄새난다고 피하고, 사모님은 한숨 푹~ 쉬시고...
근데 이 약 하나만 드시면, 회식 다 끝나고 말끔한 모습으로 치킨 한 마리 사들고 들어가실 수 있어요~ 애들이 우리 사장님을 너무 좋아하지 않을까요?
- 일반적인 대기업 회의 분위기
- 이상하다.. 괜히 엄숙하다.. (나는 사진 찍지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회의에서 추상적이고 실재가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
- 다들 말만 하지, 손을 쓰지 않는다.
-> "아!! 시각적 소통을 못하는 사람들을 도와주자"
-> "펜을 드세요. 칠판에 그려보세요. 제가 팔꿈치를 받쳐드릴게요. 그려보세요."
Q. 왜 시각적 소통을, 사람들은 두려워할까? 어차피 결국은 만들 거잖아. 뭐가 됐든 표현해라!!
- 상무님의 임무: "시각적 경청자"로서 '시각 소통 가능자'와 '시각 소통 불가자'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
- 어슷하게 하기 : 만화로 보고서 작성하기
--> 아무도 읽지 않던 보고서를 사람들이 보기 시작.
--> 보고서 마지막 장에 절취선으로 이것만 보세요 부분이 너무 인상 깊음
- 창작을 하려면 진짜 선생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쑥쑥 성장한다.
- 구조를 봤기 때문에 진짜를 본다
- 안도감을 느끼면 그 순간 넌 끝이야!
--> ㄹㅇ인 듯 - 우리가 할 일을 사람들이 눈으로 보게 만들어야 한다.
ex. 배달 로봇 딜리 론칭 영상 (개고생 했음)
: 우리나라에서 배달 로봇은 아무도 안 했으니까 제일 먼저 해야지~ [포지션 선점]
하지만, 이 영상은
구성원들의 머릿속으로 들어와서 '새로운 비전'이 되고,
소비자들의 머릿속으로 들어와서 '우형은 단순 배달회사가 아니라 IT 인공지능 개발회사구나'라는 것이 생긴다.
3. 진짜 vs 가짜
1) 참에 대한 궁금함
* 겉과 속이 일치해야 진실이다 --시각적 사고는 바깥을 보고 안을 읽어낸다
2) 면접하지 말고, 우리 대화해요.
"진짜 너의 얘기를 해줘!!!"
(당신이 대학생 때로 돌아갔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때 어떻게 말했나요?)
- 다들 어려워한다. 왜 힘들까.
- 그 안에 분명히 진짜 자기가 있는데... 제발 꺼냈으면!
- 오리지널(Original)
"똑같이 하세요. 근데 새롭게는 보여야 해요."
대학교 교과서가 말하는 브랜드 디자인 : 일관성, 타당성 --> 현실에서는 ㄴㄴ
--> 하지만 배민은 그렇게 하라고 하더라
- 창의 노동의 회복 -- 트렌드를 따르는 순간 트렌드의 노예가 된다
- 디자인 결과물은 정직하다
- 일관성: 사장님들 메뉴 사진은 무조건 디자인 팀에서 촬영. 빛. 조도. 방향 등을 다 설정
- 업무보고서
- 사진 + 에세이 구조. 무조건 타 직군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써라. 화이트 밸런스란 말 말고 쉽게 쉽게!!
- "행복하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신기)
- 감정을 드러내도록 유도한다
- 제약 조건을 훈련하자.
- 우리는 누구와 협업하든, 늘 하던 것을 한다.
- 의사결정 과정이 모든 구성원들에게 느껴지도록 공유한다
-- 반드시 경험하도록, 특히 재미있게 경험하도록
-- 재미있는 일은 재미있게 결정한다. - 배민의 자원은 외부에서 끌어다 쓴다 - 신춘문예, 치킨 소믈리에
- 일하는 사람의 반응과 대화에서,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4. 충만했다 허무했다
이 둘의 반복이 삶이 아닐까.
팀 내부에서 정서적으로 즐거운 느낌을 만드는 것이 나(상무님)의 임무!
"시각적 훈련하기" :컵을 컵으로 보지 않기. 다르게 보기
ex.)ㅋㅋ페스티벌 ㅋ인증샷 이벤트
5. 그래서...
"한 분야의 창조적 사고를 배운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문을 여는 것과 같다."
세바시 영상으로만 뵀을 때는 그저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었는데, 오늘 강연을 듣고 나니 '나는 누구인가, 나는 솔직한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진 걸지 모르겠다.
"저는 글로 자신을 주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감정을 글로 솔직하게 표현하다 보니 사람들이 저를 무겁고, 우울하고 심오한 사람으로 보더라고요. 지금이야 그렇다 쳐도 면접이나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이것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대리님, 점심 먹고 오니까 지금 제 배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기분이에요~'라고 말해야 할까요.."
상무님은 내가 글을 쓸 것처럼 생겼다(덧붙여, 윤동주를 닮았다고...)라고 하시고, 이내 진지해지셨다.
"일단 본인이 선택을 해야 해요. 나는 일이고 사람이고 뭐고 돈이면 된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 자신을 숨기세요. 하지만 나는 '내 말을 알아듣는 사람과 정말 일하고 싶다' 싶으면, 표현은 좀 이상해도 자기 자신을 드러내세요. 그 자리가 물론 긴장이 되는 자리인데, 다 아저씨들이에요. 저는 면접 보러 가기 전에 계속 스스로에게 얘기했어요. '아저씨야. 아저씨야. 아저씨야.', '이 건물 나오면 내가 '저기요, 아저씨' 할 수 있는 아저씨야', '명함이 없으면 아저씨야. 아저씨야. 아저씨야'를 계속 말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기업에 면접받으러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기업을 면접한다고 생각하고 가세요."
...
질문하기 참 잘했다.
몸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이 쭉 빠져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자꾸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분장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건데, 남들도 좋아한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숨기고, '있어보이는 것', 'RGRG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냥 내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답을 생각해야겠다.
집으로 가던 길에 한 문장이 떠올랐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 영화 <족구왕>
조직문화를 만들고, 회사 내부의 '창의 노동 집단'의 자원들을 자극해서 최대의 성과를 내게 하고, 슬로건도 쓰고, 붓글씨도 쓰고, 비누도 깎고, 앱도 디자인하고, 직원들이 잘하면 즉석 상장도 만들고, 포스터도 만들고, 낙서하도록 유도도 하고, 망한 서비스의 그림을 재활용도 하고, 이제는 하다 하다 로봇 디자인까지 하는 한명수 상무님의 삶은 말 그대로 몸을 쓰는 사람의 삶이었다. 예술가라 하면 뭔가 카페에서 망중한을 보내면서 영감을 얻으면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상무님이 말씀하신 디자이너는 그것과 달랐다. 배민의 디자인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창의노동이라는 단어가 뇌에 강하게 박혔다. 내가 하는 글쓰기도 창의노동이 될 수 있기를.
상무님은 디자이너이기에 앞서, 명함, 소속, 종교, 인종, 성별 등을 다 떼고, '나는 어떤 인간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었다. 세상 그 어떤 것이 나라는 존재를 보장한단 말인가. 영원한 회사도 없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나에 대한 고민은 멈춰서는 안 되겠다. '혼자 고민하면 오류투성이'라고 상무님은 말씀하셨다. 결국 필요한 건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나에 대해 고민해주고 표현해주는 좋은 사람들, 좋은 동료들이겠다. 그런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고, 그런 사람들과 가족을 이루어서, 한명수 상무님은 조금 더 자기 자신이라는 진리에 다가가고 있으신 것 같다. 부럽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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