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 끝나고 샤워장에 터덜터덜 들어가는데 나와 상급반에서 같이 수영하시던 40대 어르신(혹은 아저씨 혹은 삼촌 - 이런 분들을 글에서 뭐라고 불러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일단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 보였다. 늘 중학생 아들과 함께 7시 수업을 들으러 나오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중학생 아들은 연수반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뿜고 있다. 나는 아저씨를 보고 꾸벅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아저씨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받으시곤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학생같아요!"
아마 동안임을 표현하고 싶으셨나보다. 동안인 건지 아직 모진풍파를 겪지 않아서 얼굴에 애티가 벗겨지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졸업한 지 올 8월이면 1년이 다 되어 간다. 시간 참 잘도 간다. 학교에 너무 오래 있었고, 아직도 학교 도서관을 다녀서 그런지 학생이란 단어에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학생같다는 말에 기분이 잠시 좋아지는 걸 보니 30대에 진입할 모든 준비가 끝난 것 같다.
아저씨는 다이어트의 비결을 물어보셨다. '관리를 안하는 하숙집에 사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서, 정말 정석적인 말을 해드리고 말았다. "드시는 걸 줄이시고, 운동을 더 하셔야 해요. 특히 약주를 줄이셔야 합니다." 뭔가 EBS에 나오는 전국 수석의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는 말같다. 그치만 저건 진리다. 매일 하루에 두 끼니만 먹고, 수영을 일주일에 6일동안 열심히 하면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살이 훅 빠졌고, 요즘은 이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러나 이사를 하고 다시 찌기 시작했다는 것이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