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면접을 봤다. 다들 대기업, 은행권, 금융권을 보는 와중에 나만 스타트업이었다. 스타트업 면접은 대기업, 공기업과 많이 다를 것 같았다. 그래서 좀 어긋난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를 낯설고, 두려운 환경에 던지자는 생각을 갖고 모의면접을 보러 갔다. 내가 왜 브랜드 마케팅, 혹은 마케팅을 하고 싶은지, 내가 겪었던 가장 힘든 일, 기억에 남는 마케팅, 가장 만나기 싫은 상사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내 생각을 얘기했다.

 

역시 가장 떨리는 순간은 '1분 자기소개'이다. 무엇이든 처음은 가장 떨리고 두려운 것같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그것을 잘 소화하느냐의 유무가 아닐까. 이 떨림과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자세를 올바르게 잡기는 쉽지 않다. 만화책 <중쇄를 찍자>의 출판사 사장님은 면접을 본 쿠로사와를 보고 "체축이 곧다" 라고 생각한다. 체축. 즉, 몸의 축. 서있는 자세에 따라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어쩌면 출판사 사람들이 쿠로사와를 보고 '꼬마 곰'이라고 느낀 건 곧은 체축때문이 아니었을까. 야구선수, 마작사, 바둑기사 등 남다른 기운을 뿜고 성과를 내는 사람은 체축이 곧다고 한다. 현대인은 점점 체축이 휘어서 큰일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지금 방금 자세를 고쳐잡았다.

 

최대한 내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왜 마케팅을 하고 싶은지, 마케팅은 무엇인지,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인간 이민경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나만의 방식을 '이야기'처럼 말하고 싶다. Siri나 빅스비처럼 "네. 저.도. 마.케.팅.을.좋.아.해.요" 같은 무미건조한 텔링말고..

 

중언부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설렘과 떨림, 그간의 삶의 여정을 흥미롭게 전하고 싶다.

마치 유럽여행을 신나게 다녀온 여행자처럼

 

"제가 스페인 순례길을 갔을 때 일입니다. 그때 제 손에는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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