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시간 전,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다. 취업에 시달리는 아들에게 가급적 부담을 안 주시려는 긴장이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준비는 잘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셨다. 수영도 재밌게 하고 있고, 몸도 건강하고, 잘 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취업 관련 얘기를 하다가, 어머니께서 질문을 하나 하셨다. 어느 쪽(직무)으로 지원하냐고. '영업이나 마케팅이죠'라는 내 대답을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잠시 후..

 

"아들, 근데 마케팅이 뭐야?"

 

라고 질문하셨다. 그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왜 말문이 막혀버린 것일까. 보통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브랜드, 상품, 서비스의 개발 단계부터, 고객의 손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매 단계를 관리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이 대답은 뭔가 어머니를 단박에 이해시킬 수 없는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써놓고 읽어보니까 되게 딱딱한 느낌이 든다. 절대 어머니의 지적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에게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너무 생소한 단어이기 때문에, 순간 나는 어떻게 하면 쉽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다.

 

마케터가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는 '내 브랜드에 사람들이 꽤나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 같다. 내가 무인양품의 마케터라고 생각해보자. 나는 무인양품의 상품이나 서비스 종류, 브랜드 철학, 마케팅 전략, 강조 포인트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브랜드, 상품, 서비스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것이 마케터의 임무이리라. 하지만, 내가 아는 만큼, 혹은 최소한 '어느 정도'까지는 소비자가 우리 상품,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는 생각이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를 불러오는 것 같다. 브랜드에 대해, 마케터와 소비자가 각각 지닌 지식의 격차가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원인이다. 어쩌면 궁극의 마케터는 유치원생에게 자기 브랜드를 납득시키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마케팅에 대한 학문적 정의는 많은데, 나만의 정의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일상 속에서 빗댈 수 있는 대상을 찾아봐야겠다.

 


 

어머니는 질문을 하나 더 하셨는데, 이 또한 나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었다.

 

그러면 마케팅이랑 영업이랑은 어떻게 다른 거야?

"음.. 영업은 직접 파는 거고, 마케팅은 그것보다 더 넓은...(어버버)"

 

에라이... 이게 면접이었으면 나는 고배를 마셨겠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래도 이게 면접장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생각했다.

 

부모님께서 사회에 진출하신 1980~90년대 한국에서는 마케팅 개념보다는 영업의 개념이 더 강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이 곧 영업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영업과 마케팅은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 경계가 모호한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업과 마케팅을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네이버 국어사전에 쳐봤다.

영업: (경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또는 그런 행위.

마케팅: (경제) 제품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이전하기 위한 기획 활동. 시장 조사, 상품화 계획, 선전, 판매 촉진 따위가 있다. ‘시장 거래’, 시장 관리 순화.

 

고려대한국어사전에서 '마케팅'을 찾아봤다.

마케팅: (경제)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체계적인 경영 활동. 시장 조사, 상품화 계획, 선전, 판매등이 이에 속하며, 소비자에게 최대의 만족을 주고 생산자의 생산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장조사, 상품화 계획, 선전, 판매 등이 이에 속하며'라는 구절에 주목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판매, 곧 영업은 마케팅 안에 포함된다. 마케팅이 상품, 서비스의 개발부터 소비자의 손에 도달할 때까지 치러야 하는 수많은 전투라고 본다면, 영업은 브랜드의 맨 앞에서 소비자를 공략하는 선봉대라고 볼 수 있겠다. 오 뭔가 명확해지는 느낌!

 

마케팅은 상품,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계획적인 활동이다. 좋은 품질의 상품, 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전하여 최대의 이익을 남기는 활동이다. 기업에는 수익이 많아야 하고, 소비자에게는 가성비뿐만 아니라 가심비도 좋아야 한다. 성능이 좋으려면 상품 서비스 개발 때부터 마케터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적정한 가격에, 효율적인 배송 방법으로 고객의 눈 앞에 상품, 서비스를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우리 브랜드가 묻히지 않도록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 한다. 이 각각이 결국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인가 보다. 그 선봉에 서서, 시장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우리 브랜드를 침투시키는 선봉대 같은 역할을 영업이 맡는 것 같다.

 

과연 좋은 설명일지 모르겠다.

일단 다음에 집에 내려가면 이대로 설명드려야겠다.

1.

인터브랜드 인턴 면접 때 팀장님께 이런 질문을 받았다.

 

"자신을 브랜드로 표현한다면 어떤 브랜드랑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그냥 그 순간에 번쩍 생각나는 브랜드를 떠올리고, 답변을 했다.

 

TOMS의 로고

“TOMS 입니다.”

 

팀장님의 표정이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왜죠?”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그 질문이 오셨다. 왜? 왜죠? 왜냐? 와이? WHY? 이유가 뭐죠?

 

2.

TOMS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간단하게 TOMS에 대해 알아보자.

TOMS는 2006년에 미국의 사업가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만든 신발 및 의류 브랜드이다. 그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중에,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고, 고객이 신발을 한 켤레 구매할 때마다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한다는 One for One 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기부형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다. 초기에는 신발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다가 의류, 안경, 커피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상품 카테고리는 늘어났지만, TOMS의 기본 가치관인 One for One이라는 슬로건은 유지되었다. 안경을 구매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안과 수술을 지원하고, 커피를 구매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한다. 가방을 구매하면, 조산사 교육과 출산 키트를 제공하여 산모 한 명의 안전한 출산을 돕는다.

 

사실 처음에 TOMS를 좋아하게 된 건 One for One이라는 슬로건과 브랜드 가치 때문이 아니었다. 상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2011년에 동아리 형이 TOMS를 신은 것을 보았다. 발에 감겨있는 듯한 디자인과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이 와닿았다. 충격을 완충하는 쿠션은 좋아보이지 않았으나,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신으면 달리기가 빨라질 것 같기도 하고, 날아다닐 수 있는 헤르메스의 날개신발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TOMS 신발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TOMS의 비즈니스 가치를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신발을 구매하면, 신발이 필요한 어린이에게 신발을 기부한다는 점은 코끝을 찡하게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2014년에 처음으로 TOMS를 사게 되었다. 그 이후로 매년 한 켤레씩은 꼭 사는 것 같다.

 

3.

다시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서...

 

“왜죠”라는 질문을 받은 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답변을 드렸다.

 

"TOMS의 주요 가치는 One for One입니다. 하나를 구매하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전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많은 조언과 정신적, 물질적 지지를 통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게 받은 만큼, 그 이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것이 일이든 그 무엇이든,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보다 조금이나마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임기응변이었을까. 진심이었을까.

 

가끔 사람들이 내게 의견이나 조언을 물을 때가 있다. 책 좀 추천해 달라. 어떤 일을 좀 도와줄 수 있느냐. 그럴 때마다 나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주기보다는 ‘덤’을 얹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면, 김영하 작가의 소설책 중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김영하 작가의 책 중 재밌었던 책만 추천해주는 것이 아니라, 김영하 작가와 유사한 작가의 소설책이나 김영하 작가의 다른 에세이도 추천해주는 것이다. 물론 투머치토커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곤 한다.

 

투머치토커하면 이 분...

일을 할 때도 그런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인턴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못 찾겠으면 시키실 일이 없냐고 여쭈어보기도 했다. 덕분에 일은 원없이 했다(ㅋㅋㅋㅋ). 그 덕분에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더 잘하고 싶은데, 빈틈없이 상표 검색을 하고 싶은데, 더 번뜩이는 이름이나 스토리를 짓고 싶은데라는 욕심이 컸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컸다.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질의 성과물과 추가적인 퍼포먼스까지 내려고 하니까 탈이 날 수밖에.

 

그래도 마음 속 깊은 곳에 One for One의 가치는 늘 있다. 그래서 더 일을 잘하고, 내가 있는 분야에서 전문성도 키워서 나처럼 고민 많고 생각 많은 20대 청년들을 돕고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변의 선배, 동기, 후배들의 많은 도움으로 오늘의 ‘나’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겸허해지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매일매일 나를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다짐을, TOMS를 보면서 해본다.

 

TOMS는 내가 닮고 싶은 브랜드다.

 

 

 

p.s)

TOMS에 대한 비판도 있다. TOMS가 기부를 하는 국가는 주로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다. 개도국과 후진국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1차, 2차 산업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TOMS는 신발 등의 기부를 통해 해당 국가의 2차 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뺏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즉, 그 국가에서 투자를 통해 공장을 세워 신발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TOMS가 앗아갔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TOMS의 신발 기부가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많은 신발 공장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TOMS를 좋아하는 나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단순히, ‘그렇다면 TOMS는 불매해야겠네’라고 결정하면 되는 문제일까. 더 고민이 필요하다.

 

 

<‘자유롭게’ 소개해주세요>

배달의민족 브랜드 마케터 ‘신입' 채용 공고 소식을 들은 내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내 지인들은 아마 질릴 지경일 것이다. ‘또 배민 얘기야?’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 공식적으로 채용 공고가 올라온 후, 나는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항이...

(ㅇㅏ… ‘자유롭게’라는 말이 주는 이 막막함이란...)

막막함 앞에서 넋을 놓았지만, 내 머리는 바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 질문을 통해서 배달의민족 채용팀과 브랜딩실이, 지원자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이 뭘까?’
'이 지원자가 얼마나 마케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왔는지?’

일단 처음에 저 문항을 봤을 때, 내가 느꼈던 것은 ‘당신이 궁금해요'였다.
좀 더 구체화시키면, ‘당신이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궁금해요’. 

아직 막연하다는 생각에 우아한형제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인재상을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에는 인재상, 비전 등을 가볍게 여겼다. '뭐야 어차피 스펙 보고 뽑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면접을 보면서 인재상과 비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면접에서 그 회사만 독특하게 묻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그 기저에는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 가치와 지원자를 대조해보려는 의도가 깔려있을 것이다.


배민의 4대 핵심가치
규율위의 자율
스타보다 팀웍
진지함과 위트
열심만큼 성과
우아한 인재상

근면성실

새시대 새일꾼

근검절약

배려와 협동



<흩어진 조각을 모아보자 - 숭 님과 장 이사님>

 배민에서 마케터로 일하시는 승희 님(이하 숭 님)의 인사이트 노트 인스타 계정과 브런치 글을 보면 숭 님의 주요한 고민을 볼 수 있다. 함께 일한다는 것과,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숭 님의 인사이트 노트 인스타에서 어떤 사람이 ‘배민은 마케터가 되려면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해 숭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4대 핵심가치 중 <스타보다 팀웍>이 떠오른다.

나는 또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점점 질문이 구체화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추상적인 느낌이다.


배달의민족 장인성 이사님의 <마케터의 일>을 펴본다.

1. 배달의민족을 좋아하는 사람

2. 일을 좋아하는 사람

3.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사람

4. 깊이 몰입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5. 함께 잘하는데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


여기서 장 이사님은 맨 마지막 항목인 ‘함께 잘하는데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에 강조점을 두셨다. 결국 다 연결되는 것 같다. ‘스타보다 팀웍’,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함께 잘하는데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 브랜딩이든 무엇이든 혼자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회사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나름의 해결책을 만든다. 예를 들어, 콘텐츠의 조회수는 높은데, 댓글이 달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각자 해결책을 만들 것이다. 댓글 이벤트를 해요. 썸네일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요. 참여용 콘텐츠로 개발 방향을 수정합니다. 등등. 그리고 팀에서 그것을 설득하는 것이 함께 하는 일의 과정이 아닐까.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 관철이 아닌 설득 말이다.



팀에서 그것을 설득하는 것이 함께 하는 일의 과정이 아닐까.

하지만 협업은 확실히 많은 노이즈를 동반한다. 혼자 하면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만 받지만, 함께 하면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사람에게 오는 스트레스’가 추가된다. 나도 솔직히 학교에서 조별 프로젝트보다 개인 프로젝트를 더 선호하곤 했다. 조모임 날짜를 정할 필요도 없고, 내가 기획해서 내가 수행하면 그만이었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내가 다 지면 됐다. 이런 사실을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모를 리가 없다. 그러면 왜 그들은 협업을 강조하는 것일까?

개인 창업이나 소규모 스타트업이 아닌 이상에야 회사일은 혼자 하기에는 너무 거대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인터브랜드에서 풀 스콥(full scope)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전사가 그 프로젝트에 몰두한다. 브랜드라는 하나의 배(ship)를 띄우기 위해 회사의 모든 부서가 달려든다. SC팀(Strategy Consulting)은 바다(시장, 소비자)를 분석하고 브랜드가 항해해야할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다. 내가 있던 VB팀(Verbal Branding)는 브랜드라는 배의 이름과 표어, 슬로건을 지어준다, 바다의 모든 사람들이 그 배를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BD(Brand Design)팀은 브랜드라는 배에 도색을 하고 인테리어도 하면서 모든 시각적 요소를 채워넣는다. 이로 완전한 배가 하나 완성되어 출항한다. 마지막으로 BA팀(Brand Activation)에서는, 이 배가 바다에서 명성을 떨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안한다. 어떻게 충성스러운 동료 선원을 모집할 수 있을지, 라이벌 배와의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공격방법 등을 기획한다.

(엇.. 갑자기 밀짚모자 해적단의 브랜딩을 분석해보고 싶어졌다)


브랜드라는 하나의 배를 띄우기 위해 회사의 모든 부서가 달려든다.

이 모든 스콥을 한 명이 처리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비효율적인 일이다. 그래서 협업은 필요하다.
일을 아무리 잘해도 팀과 회사에 녹아들지 못한다면, 그 안에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낸다해도 그것이 무슨 소용일까.



<배달의민족에서 협업을 잘한다는 것은?>

다시 장 이사님의 기준으로 돌아가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덕목(?)"을 나열해봤다.

1 — 브랜드 로열티
2 — 일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과 이유가 있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을 즐김
3 — 자기 자신이라는 인적 자원을 개발하여 전체의 발전을 유도
4 — 고객에 대한 설득 역량
5 — 다른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이를 다시 문장으로 만들어봤다.
  • (1,2) 지원하는 회사의 브랜드(배달의민족)를 좋아하며, 일에 대한 가치관과 기준을 가지고, 브랜드와 관련된 일 일체를 좋아하는 사람.
  • (3) 일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부족한 부분이나 한계에 부딪힐 텐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과 실행을 하는 사람
  • (4) 어떤 일에 깊게 몰입하고 다른 사람을 몰입하게 할 수 있는 설득력,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지닌 사람.(마케팅은 곧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에서, 마케터는 자신이 맡은 브랜드에 몰입하고 몰입의 원인을 분석해서 그 원인을 상대방의 효용으로 전환할 줄 아는 사람 아닐까)
  • (5)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모든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과 갈등을 해결하고, 의견을 조율할 줄 아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지닌 사람.

글을 잠시 멈추고, 고민했다.
배민을 떠나서, 브랜드 마케터는 어떤 사람인지 풀어서 재정의를 내려보았다.

배달의민족의 브랜드 마케터는,

1)
배민의 브랜드, 상품, 서비스에 깊게 몰입하여 그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핵심 고객 설득)
일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 (잘하려는 욕심이 있는 사람)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 역량을 팀에 잘 녹여서 공동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사람. (공동의 시너지)

2)
‘왜 일하는가’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그것을 구현하려는 사람.
내 브랜드와 타깃을 명백히 이해하고, 브랜드와 타깃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
브랜딩을 위해 내 자신을 계발하고, 그 계발된 역량을 팀에서 시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공동의 시너지)

1), 2)를 종합해보면,

일에 대한 이유를 가지고, 그 '왜'를 위해 일을 한다.
브랜드와 타깃에 대한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그 둘을 연결한다.
내 자신을 끊임없이 계발하고, 팀에 도움이 되어 시너지를 일으킨다.

흠...
이게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많은 참고문헌에 그저 주석을 단 수준이다.
그래도 내가 나의 언어로 정리하니까 머리에 와닿는 느낌이다.

나는 과연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자기소개서는 '나'라는 한 인간의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는 점에서 자기성찰에 매우 좋다.(그만큼 괴롭다)

더 고민하고, 더 생각해서 글로 옮겨봐야겠다.

-끗- 


1.

슬램덩크의 유명한 장면이 있다.

방황하던 정대만이 안 선생님 앞에서 피범벅이 된 얼굴로

농구에 대한 진심을 토로하던 순간.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오늘 친구와 얘기하다가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너 정말 일을 하고 싶구나."


요즘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키워드는

'마케팅, 브랜딩, 데이터, 분석력, 인사이트' 등이다.

지인들에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위의 키워드가 등장하면

나는 이내 신이 나서 각 키워드에 대한 나의 생각, 방향성을 늘어놓는다.

투머치 토커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를테면,


'요즘 데이터가 정말 화두지. 모든 사람의 행동이 데이터로 축적된다는 점에서, 인간의 행동 원인을 알아야 하는 마케터는 데이터를 읽을 줄 알아야 해.

하지만 한편으로 데이터에 너무 매몰되어서, 분석론에 대한 현학적 고찰이라든지 데이터 숫자 자체에 빠져서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못 본다는지 하면 안 돼.

데이터가 좋으면 차라리 마케터 보다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는...블라블라블라블라(후략)'


[이 말이 끝나고, 친구가 '너 정말 일을 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말을 건넸다.]



2.



브랜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년 전 매거진B를 처음 접하면서부터이다.

SIBF(서울 국제 북 페스티벌)에서 매거진B MUJI편을 샀다. 지인들은 내가 매거진B를 좋아할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읽어보니,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짜임새있는 구성이 좋았다.

하나의 브랜드를 이렇게 낱낱이 파헤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편집장을 비롯한 수많은 에디터의 꼼꼼함도 엿보였다.


(배짱이 3기 환영회의 컨셉은 학교였다. 그래서 배민스쿨)


배달의민족 팬클럽인 "배짱이" 활동은 브랜딩에 대한 관심에 기폭제가 되었다.

단순히 자기 회사의 브랜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댓글과 좋아요로 소통하는 단계를 넘어가

팬이 자생하여 프로모션 행위를 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

내가 경험했던 배달의민족이었다.

배민은 팬들에게 뭔가를 원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 놀고, 웃고, 떠들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무위의 위, 행함이 없는 행함이라는 노자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그 이후로 나는 브랜딩, 마케팅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그렇다고 또 엄청나게 읽은 것은 아님)

트레바리 마케팅반에 등록해서 토론도 해보고,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님, 장인성 CBO님의 북토크에도 참여했다.

세바시 강연을 들으면서 마케팅 공부를 하기도 했고,

데이터 분석 기초를 쌓기 위해 python과 pandas, matplotlib도 공부했다.

(써놓고 보니 꽤나 많이 했네..)

그리고 인터브랜드에서 인턴을 하면서 브랜딩 실무를 익혔다.


(행복한 것 맞습니다... 퇴근하고 싶어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은 인터브랜드에서 인턴할 때 내가 행복해보였다고 말한다.

실무는 강연과 책과 많이 달랐다.

물론 강연이나 책에 있는 내용들이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활자나 음성으로 듣는 것보다 실무에 몸을 던지고 읽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찾고

컨셉에 따라 후보안을 백 개씩 만들고

그 후보안에 대한 브랜드 스토리, 태그라인 등을 구상하고

서베이 및 evaluation 자료를 정리하는 등

책보다 더 생생하고 와닿는 실무가 많았다.

나는 그 현장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확인하고, 수정하고, 적용하고, 좌절하는, 때로는 성과를 내는 일련의 과정이 좋았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행복해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인턴 생활을 전후로 나는 참 많이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3.

그래서,

나는 단순히 취업을 하는 마음을 넘어서

일을 하고 싶다.

일을 해서 더 성장하고 싶다.

실무가 없이 책과 강연으로 성장하는데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공부는 끝이 없고, 개인의 성장에도 끝이 없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실제 필드의 일을 배워야 한다.

실무를 배우고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하고 싶다.


일본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책 <왜 일하는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금 당신이 일하는 것은 스스로를 단련하고, 마음을 갈고 닦으며,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라는 것을.

-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p.18


얼마 전 자소서를 쓰면서 나의 주요한 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나는 곰곰이 고민을 하다가 '도전과 성장'이라고 키워드를 잡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을 이루어내는 것이 내게는 중요한 가치이다.


이런 나의 간절한 마음이 일과 나를 이어주는 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은 지난한 것이겠지만, 그 안에서 내가 배울 점이 있다고 믿는다.

2019년 3월 7일 목요일. 북바이북에서 주최하는 무인양품 관련 북토크에 다녀왔다.


무인양품은 세계적으로도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고,

한국에서도 매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무인양품은 브랜드 철학과 컨셉의 측면에서

일관성과 고유의 철학을 지켜온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책 <무인양품 보이지 않는 마케팅>은 MUJI 이탈리아 1호점 런칭에 참여한

마스다 아키코 씨의 책이다.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마케팅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라고 한다.

북바이북의 북토크 상품에 책도 포함되어 있어서 북토크를 듣고 책을 보면

더 이해가 잘 되지 않을까 싶어서 북토크에 가기로 결정했다.


<강연자 마스다 아키코 씨(우측)>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점


1.

보통 마케팅이라고 하면 핵심고객, 주요타겟을 설정해서 상품,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MUJI의 경우 조연을 자처하여 한 발 물러나서 거대한 타겟을(어찌보면 전인류를) 끌어안은 점이 인상 깊었다.

기존의 마케팅 이론의 허를 찌른 전략이 아닐까 싶고,

그래서 누구든 MUJI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

MUJI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자체가 곧 철학적이다.

모순됨, 즉 '브랜드가 없음이 곧 브랜드'라는 모순점으로 어필하는 브랜드.

매력적이다.


3.

소통을 매우 중시한다

- 디자이너와 경영자의 주기적인 만남

- IDEAPARK의 모든 피드백에 대한 답변(우리나라는 이게 잘 안 됨)

- 현장력에 의존한 상품 개발

- MUJI passport와 생활양품연구소의 연동(일본에서 시도중)

- 기타 등등

아무리 좋은 브랜드, 철학, 상품, 서비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4.

일관성 - Consistency

MUJI의 핵심 중 하나는 곧 일관성이다.

80년대에 창안된 상품개발의 3원칙이나, MUJI의 핵심철학이 2019년까지 이어져왔다.

그 이후로도 쭉 이어질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들 정도로

MUJI의 일관성은 매우 견고하다.


끝나고 나오는데 너무 벅찬 느낌이었다.

어떤 브랜드를, 자신이 몸담았던 브랜드를 이렇게 긴 시간동안

다양한 관점에서 전달할 수 있는 체계가 있다는 것이 너무 멋지고 부러웠다.


더욱 더 MUJI의 팬이 되어버린 계기가 되었다.



노트에 열심히 필기한 것을 옮봤다.

(나만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강연자: 마쓰다 아키코 상 

- MUJI Italy 1호점 오픈(2004) 참여

- MUJI에서 상품 개발업무 진행

- 마켓의 지역별 차이를 이해해 현지에 맞는 상품, 서비스를 개발했다. ex. 유럽 마켓을 겨냥한 MUJI Xmas/일본에서는 Xmas가 별 의미없는 날

- 일 구호단체와 사회공헌 프로젝트도 진행


MUJI의 Vision

- 미리 준비된 정답은 없다. 스스로 묻는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보임.

--> 철학적인 비전. 보이지 않기에 더 철학적인듯.


1. MUJI의 현재

매장수 : 일본 < 해외 (한국: 2019년 3월 기준 36개)

INTERBRAND Tokyo에서 발표한 BGB Japan에서 20위 랭크 - 주목할 점: 20위권 내의 유일한 리테일 브랜드

--> MUJI는 특정 카테고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Brand 확장성이 좋다

지역특산물과 콜라보하는 프로젝트도 수행

MUJI 호텔 서비스 - 매우 MUJI다운 숙박 서비스


*MUJI의 상품

- MUJI다움! -- 세계에 통용 가능한가? 질문한다. 세계 표준화를 목표로 하는 전략을 세운다.

즉, local 최적화보다는, 세계 표준화를 지향


ex. 푹신소파 -- 문화를 초월해 인간 본연의, 인류 공통의 욕구에 집중.




2. MUJI라는 철학 - 일본 문화와의 관계성


*개념정리

Brand = 고객의 머릿속의 공통된 image

Branding =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창조 활동

Concept = 브랜드의 DNA


브랜드 콘셉트의 보편성 - MUJI의 사상 "자연과. 심플하게. 무명으로. 지구대."

- 민예운동 : 일상적 공예품의 익명성과 사용의 편리함 추구하는 운동. 일상품 속 미의식, 일상의 미의식을 추구.

- 민예: 일상적으로 쓰이는 공예품

- MUJI의 상품은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미의식을 중시했다.


MUJI를 선(禪)과 다도(茶道)와 연관있어 보인다는 사람이 있다.

다실 : "텅 빈 상자" - 접대자가 꽃꽂이, 다기, 차, 등을 통해 모든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 다도를 행하는 텅 빈 상자.


다실에 빗댄 MUJI: 자유도가 높다. 소비자에게 일임한다. 제작자가 상품 서비스를 완성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와 함께 완성하는 개념


<동서양 문화의 차이>

- 서양의 회화: 배경까지 모두 제작자가 완성

- 동양의 회화: 여백을 두고 보는 사람과 제작자가 함께 완성 --> MUJI에도 드러난다.


MUJI: "사용법을 고객에게 맡깁니다"

(ex. MUJI 유리그릇 - 화병, 그릇 등 다양한 사용이 가능)

(ex. MUJI '그 다음이 있는 타월' - 이름이 너무 귀엽. 타월 - 바스매트 - 걸레로의 변용)


3. 이것으로 충분하다

-대개의 마케팅 발상: target에 맞춘다. "이것 좋습니다."

vs.

-MUJI의 마케팅: 한 발 물러서서 "이것으로 되지 않았습니까?"--> Market의 크기가 넓다.




cf. KUMON의 글로벌화: "기초학력, 매일공부태도 양성"에 집중
--> 로컬의 교육 커리큘럼이나 내용에 구애받지 않는 범용성이 있다. (MUJI와 유사)


Brand는 구별을 위한 것이다. ex. 버버리 - 체크무늬

--> 하지만 MUJI는 스스로 배경을 택하고, 한 발 물러서서 조연을 자처했다.

MUJI Brand Image 평가 - 로컬마다 평가가 다르다. (EU: 디자인 고평가, 중국: 안정성 고평가)



4. 상품개발방법


* 질문을 던진다

경영자, 본부, 점포, 고객 모두의 질문.

- 그건 MUJI?

- 어디가 MUJI?

-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


*좋은 답변의 출발점

- 기분 좋고 아름다운 삶을 상상할 수 있는지

- 물건의 기능은 어떠한 가치관을 제공하고 있는지

- 마땅한 품질과 가격을 실현하기 위한 소재, 공정, 패키지에 대한 고안은 무엇인지


* 나쁜답변

- 심플하게 했습니다.

- 타사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상품개발 3원칙>

(1985년 경영자 츠츠미 세이지와 AD 다나카 잇코 그리고 여러 디자이너가 MUJI를 열었고, 그때부터 전수되는 원칙)

- 소재의 선택

- 공정의 점검

- 포장의 간략화


<경영과 디자인의 융합>

경영자와 디자이너들의 회의가 월마다 1회씩 있었다. 디자이너의 철학과 주관이 경영에 반영.

후카사와 나오토 - MUJI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인물

IDEO vs. MUJI


<디자인 사고>


<MUJI식 디자인 사고의 예>

1. FOUND MUJI : 세계의 삶으로부터 배워, 도입한다.

- 타 지방의 사람들에게 배워서 다른 지역, 전세계 사람에게 반영.


2. 이용자와 대화의 캐치볼을 한다.

상품개발 시, 고객의 의견 반영이 쉽다 (소매업이기 때문)

- 2001년부터 고객의 의견을 온라인으로 받았음

- 오늘날에는 IDEAPARK에서 의견을 듣는다.

- 대단한 점: 회신을 모두 해준다는 것(논의중입니다, 검토중입니다, 등등)


3. 보통사람들의 집 안을 적극적으로 관찰한다.

MUJI는 일반생활자를 관찰한다

- 고객 집에 방문해서 사진을 촬영하고, 그들의 삶에 곤란한 부분을 찾아서 solution을 도출한다.

- 고객이 자꾸 정리를 해서, 주로 친구나 친척의 집을 방문한다.


5. 커뮤니케이션 - 상품개발과 함께 전하는 것

= "이것으로 충분하다"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What is MUJI? MUJI는 고맥락문화(한국, 일본, 중국), 저맥락문화(미국) 양쪽에 모두 적용하는 대답이다.

고맥락문화 : 점포나 상품의 분위기에서 감지한다.

저맥락문화 : 이유를 전해 납득한다.


1) 매장, 상품 = MUJI의 세계관을 말하는 주체

매장 디자인에서 드러난다.

- 아오야마 - 목재, 종이 소재로 디자인

- 상하이 - 목재 사용

--> 소재감을 통한 상품 진열.. "물건이 말을 한다."


2) MUJI의 태그

- 와인에서 착안한 것

- 초기에는 MUJI도 표기 안 했는데, 상표문제가 발생해서 그 이후로 MUJI를 기재했다.


3) COMMUNICATION : 상품의 '이유'를 전한다. 넓은 부분까지 포함해서 커뮤니케이션.

- 생활양품연구소: 곡물 우리기, 발효 등 생활 전반에 대한 검토

- MUJI Passport: 상품 구매 - 일본에서는 생활양품연구소와 연동

- IDEAPARK

- Local 플랫폼: 로컬주민과 연결하는 플랫폼




<MUJI의 상품개발>

- 회사 매뉴얼은 있지만, 브랜드 매뉴얼은 없다.

- MUJI의 힘: 컨셉트 + MUJI를 좋아하는 사원. --> 현장력이 제품 개발에 반영됨




MUJIGRAM은 현장마다 수정, 갱신, 개선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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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브랜드 사운드(Brand Sound)  (0) 2019.02.25

목표를 세우고, 방법을 찾아서, 실현하는 마케터



내 나이 이제 스물아홉이며, 곧 서른이다.

초조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며, 늦었다고 하기에도, 그렇다고 빠르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나이이다.

굳이 무게추를 둔다면 늦었다는 쪽으로 좀 더 기울겠다.


요즘 나의 간절함이자, 결핍은 취업이다.

작년까지는 남들이 다 해서, 나빼고 다들 하니까 취업을 서둘러 하고 싶었다. 2018년 말에 인턴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실무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 - 회사 사람들, 소비자들 등등 - 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런 마음을 펼치기 위해, 나는 필드로 나가고 싶다. 학교 도서관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이제 상반기 취업 시즌이 열렸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다시 점검할 마음으로, 이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출처: 알라딘)


이 책은 배달의 민족 CBO(Chief Brand Officer)인 장인성 님께서 쓰신 책이다. 그래서 우아한형제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많이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배민에 대한 팬심으로 마치 무협지 소설 읽듯 읽었다. 내가 배짱이 모임에 가서 봤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처럼.

이번에 읽을 때는 다른 마음으로 읽었다. 다른 사람에게 행복과 도움을 주기 위한 마케터 지망생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읽었더니,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였다.



(수많은 포스트잇 인덱스)




1. 마케팅의 본질

누구에게 팔면 좋을지,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은 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원인을 찾고,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최적의 방법을 만들고,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 제대로 실행해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는 것, 이게 마케팅의 기본 (p. 16)

결국 마케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고 본다. 우리의 상품/서비스를 구매할만한 '사람'이 누군지,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은 왜 자꾸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지, 그 '사람'이 우리의 상품/서비스를 구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계획을 짜고, 실행방법을 찾아서, 실현하는 일이 곧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마케팅을 해야하는 것일까? 이윤창출? 맞다.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마케팅을 혐오하는 사람에게는 '사람들 등쳐먹으려고' 라는 말이 나올 테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영업 전략의 틀을 만들기 위해' 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겠다. 나는 사람들의 욕구를 나/회사가 가진 가치로 해소해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을 알아야 한다. 나도 사람이니, 일단 나부터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경험자산을 늘릴 것을 강조한다.


경험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맙시다. 돈 쓴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느끼고 경험을 쌓읍시다. 마케터의 소비는 투자와 같습니다. (p. 30)


경험을 통해 마케터는 성장한다. 또한 경험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도 마케터는 성장한다.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 주어진 틀을 깨고 나와 불편한 지점을 찾는 자세, 관찰하고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실행하고, 배우고 실패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성장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어려 일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어떤 사람의 성장 유무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경험을 막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언어습관이 대표적인 예다. '원래'라는 말은 정말 모든 논의를 무력화하는 말이다.

열띤 토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그 생생한 현장을 단 한 순간에 압살할 수 있는 말이다. "그건 원래 그래".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도 이 말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마케터의 기획력


마케터는 일단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의 종착지는 결국 사람, 소비자이다. 어떤 사람이 나의 상품 / 서비스를 살지 고민하는 것부터 목표는 시작한다. 처음에는 소비자보다 상품 / 서비스 개발이 더 앞선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유형/무형의 가치를 만드는 것에 전제는 그 가치를 소비할 사람이기에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결국 모든 마케팅 목표의 시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주 타겟 소비자를 설정할 떄 우리가 하는 가장 쉬운 실수는 '인구통계학적 기반'으로 소비자를 나누는 것이다. 왜냐.

그게 가장 쉬우니까. 하지만 저자는 이런 구분은 요즘같은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평균'으로 '보통'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달라요. 평균은 낼 수 있지만 보통이란 건 없습니다.  ... 우리 모두를 각각 다른 개인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비로소 소비자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숫자 뒤에 진짜 사람이 있습니다. (p. 73)


사람을 정했으면, 다음으로 마케터가 던져야할 질문은 '왜(why)?'이다. 왜 이 마케팅 캠페인을 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수단만 적용하면, 비효율과 비용의 낭비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자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케터라는 직업은 줄타기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줄을 타야 하며, 누구보다 내 상품 / 서비스를 사랑하면서도 가장 호된 시선으로 나의 상품 / 서비스를 바라보아야 하는 달인. 그리고 늘 핵심고객과 그들의 행동을 상상하면서도, 지나치게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히지 않게 상상을 제어하는 달인. 그 중간을 잘 지키는 달인이 된다면 좋은 마케터가 될 수 있을까.




3. 마케터의 실행력


마케터에게는 작게 시작해서 짧게 던지고 빠르게 해야 하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최선을 다해 배트를 휘두르는 것 뿐입니다. (p. 131 - 132)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만 해도 실행력이 제로(0)였다. 주요한 원인은 하나였다.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완벽주의, 실패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 등이 실행을 가로 막았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우심과 나 스스로의 뼈를 깎는 노력 덕분에 이제는 실행 속도가 꽤 빨라진 편이다. 


실행을 함에 있어서도 '왜'가 중요하다. 조직원이든 조직장이든, 왜를 숙지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전제로 하는 실행은 언젠가 현타를 맞게 되어 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내면에 있으면,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서, 최적의 실행력을 보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일은 이어달리기가 아니라 함께달리기여야 합니다. (p. 149)

모든 일이 단선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공장에서 기계를 조립하듯이, A공정이 끝나면 B공정을 시작하고, B가 끝나면 C를 시작하는 것처럼. 하지만 마케팅이라는 일,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일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직렬적인 일은 없다. 병렬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분배해서 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겠다. 상대의 자존심과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상대방을 중심에 놓고 말하는 화법이 필요하겠다. 그게 곧, 좋은 '협업'의 비결이 아닐까.




4. 마케터의 리더십


리더가 구성원보다 뭐든지 많이 알고 항상 옳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모두 행복하고 일도 잘 돼요. (p. 186)


최선의 일은, 실행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결정을 그들이 내릴 수 있게 해주고 책임은 제가 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p. 199)


피드백을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일과 자신을 분리해야 합니다. (p. 207)


이 부분을 읽으면서, 리더가 이렇게 판(?)을 깔아주는 회사에서 일한다면,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상호 믿음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느꼈다. 나는 너의 의견을 비판하는 것이지, 널 비판하는 것은 아니야. 무슨 말이든 좋아, 너의 의견을 들려줘. 라는 개방되고 포용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든 것이 배달의민족이 오늘날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닐 것이다. 판을 깔아주고 대화의 장을 열어주고 책임을 지는 리더와, 그 리더 아래에서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치는 팀원. 정말 최상의 조합 아닌가.




5. 감상


마케팅에 관한 소소한 에세이 같지만, 마케팅을 넘어서 일을 하고 있는, 일을 할 예정인 사람 모두가 보면 좋을 책이다. 일이 막힐 때 펴봐도 좋은 실용서의 느낌도 난다. 일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가지는지에 대한 것이 주요한 내용같다. 어떤 사람이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거나, 딴 마음을 먹고 있다면 그 능력은 조직에 독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어떤 구직자인가. 나는 마케팅을 한다고 하면서 과연 사람을 생각하는가. 일을 왜 하려고 하는가.

이 외에도 수많은 질문을 내게 던져준 책이다. 상반기 공채 자소서를 쓰기 전에 읽어서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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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양도영,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0) 2019.02.12

'띠리딩 띠리딩~'

국내 1위의 자동차 생산 업체 '현대자동차'라는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어떤 것들이 떠오를까.

H를 형상화한 로고, 소나타, 아반떼, 양재에 있는 사옥, 차량 정비 서비스 블루핸즈(blue-hands) 등이 떠오른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현대자동차 특유의 브랜드 사운드가 떠오른다.
일단 들어보자. '2초'라 매우 짧다.


대부분 들어봤을 것이다. 기억 저편에서 무의식이 나에게 '익숙하다!'라고 외치는 바로 그 음악이다.

현대자동차의 TV광고 맨 마지막에 나오는 징글(jingle)이다.

이 음악이 바로 현대자동차의 Brand Sound이다.


Brand Sound는 무엇인가


"해당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테마곡"이라고 나는 정의한다.

대표적인 예로 '20세기 폭스'의 오프닝 노래라든지, 애플의 맥북의 부팅 사운드, 인텔 광고에 등장하는 '딩- 딩딩딩딩~' 소리가 있다.

특히, 20세기 폭스의 브랜드 사운드는 작년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락 버전으로 편곡되어 화제가 되었다.




브랜드 사운드 역시 브랜드를 구성하는 큰 요소 중 하나이다.

보통 기업에서는 대표 테마(모티프)를 만들고, 이를 변주해서 자사 브랜드의 다양한 부분에서 사용한다.

전화 연결음, 광고, 오프라인 매장 등.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는 자동차를 제조하는 업체이므로, 시동을 켜고 끌 때도 이 사운드가 들어간다.


기업에서 브랜드 사운드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오감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시각(70%)이다. 

시각적 정보는 매우 다양하고 즉각적이고, 바로 인식이 되지만, 그만큼 처리해야할 정보의 양이 많기 때문에 금방 잊게 된다. 

이에 비해, 청각적인 정보는 시각적 정보에 비해 다양하지는 않지만, 한 번 인식되면 잘 잊혀지지 않는 정보라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브랜드 사운드를 만드는 것 같다.


얼핏 들어보면 브랜드 사운드는 심플해서 금방 만들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브랜드의 모든 요소처럼, 한 번 만들고 개선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브랜드 사운드 역시 깐깐하게 디자인된다.


다음은, 브랜드 사운드를 구축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첫째, ‘한 번 듣고 쉽게 기억할 수 있는가?’


둘째,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가?’


셋째, ‘트렌드 변화에 자유로운가?’


(출처: https://news.samsung.com/kr/%EC%98%A4%EB%B2%84-%EB%8D%94-%ED%98%B8%EB%9D%BC%EC%9D%B4%EC%A6%8C-%EA%B0%A4%EB%9F%AD%EC%8B%9C-%EB%B8%8C%EB%9E%9C%EB%93%9C-%EC%82%AC%EC%9A%B4%EB%93%9C%EC%9D%98-%EC%A7%84%ED%99%94)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처럼 그룹 자체를 상징하는 브랜드 사운드는 없지만, 갤럭시 시리즈를 상징하는 브랜드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Over the horizon>이라는 곡인데, 매번 신제품이 런칭할 때마다 조금씩 편곡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도전정신과 혁신'을 상징한다.



스토리와 결합한 브랜드 사운드
사람들은 스토리에 약하다. 현대자동차는 브랜드 사운드에 배경과 설명을 덧붙인 한 편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2분정도 되는 짧은 영상이지만, 내가 받은 감동은 정말 크다. 오늘 이 포스팅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위 영상을 보고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스토리를 기반으로, 모티프를 만들고, 모티프를 변주해 브랜드 상품 서비스에 활용하는 이 일련의 과정이 내게는 브랜딩의 정석으로 보인다.

그만큼 감동도 많이 받았다.


기업의 존재목적이 '이윤 추구'가 아닌 '생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자들이 많고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때 기업의 생존을 조금이라도 돕는 것이 정립된 브랜드 자산인 것 같다.

Brand Image와 Personal Branding

어떤 브랜드를 접했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공통된 이미지가 있다. 바로 브랜드 이미지다. ‘애플’하면 ‘디자인과 혁신’, ‘볼보’하면 ‘안전성’, ‘배달의민족’하면 ‘B급 유머’ 등이 브랜드 이미지가 잘 정립된 브랜드의 예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곧 기업의 이미지와 동일시 되며, 기업이 생산한 상품 및 서비스의 이미지까지 연결이 된다. 그만큼 연결성이 강력하다.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상품, 서비스를 넘어 그 기업의 존망을 좌지우지하니 그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위의 세 가지 예는 시장에서 이미지를 잘 형성한 긍정적인 예시들인데, 반대로 부정적인 예들도 찾으면 많다. (ex. N모 낙농업체를 보면 떠오르는 ‘갑질’, ‘불매’ 이미지)

과연 브랜드 이미지가 기업에만 국한된 얘기일까. 바야흐로 personal branding의 시대이다. 1세대 소셜 미디어인 ‘싸이월드’의 시대는 이미 저문 지 오래고, 자신을 표현하는 미디어와 수단이 무궁무진한 세상이 되었다. 유투버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고, 영상 편집을 배워서 영상 기록(Vlog)를 남기는 사람들도 많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전세계에 노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자기 표현의 범람 흐름과 맞물려 personal branding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강조되었다.

나라는 Brand Image


지난 2주일 동안 비슷한 성질의 경험을 두 번 했다. 두 개의 일화를 대화문으로 간단하게 요약해보겠다.
일단, A와 B를 비난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밝혀 둔다. 그리고 아래의 대화는 매우 축약된 대화임을 감안하자.

첫 번째 일화)
나 : 요즘 잘 지내? 한 번 만나자.
A : 그래그래. 근데 미안한데,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 지금 내가 너의 얘기를 들어줄 여력이 없다.
나 : 아 나 무슨 일 있어서 만나자는 게 아니라,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한 연락이 아니라, 오랜만에 보자고 한 연락이야.
A : 그랬구나. 미안하다.

두 번째 일화)
...(앞선 대화 생략)...
나 : 곧 상반기 공채라 좀 초조해지네.
B : 힘내힘내.
나 : 고마워. 정말 지긋지긋하구만.
B : 그렇지 아무래도.
…(중략)…
B : 작년에 많이 응원해줬으니까, 올해는 좀 쉴게. 요즘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객관적으로 내가 봐도 정말 힘든 상태임)
나 : 아 그래그래.

내가 위의 두 일화를 겪고 깨달은 것은, ‘나’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매우 부정적으로 구축되었다는 사실이다. 나의 연락과 나와의 담화 내에는 ‘우울, 걱정, 힘듦’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애플’을 생각하면 ‘디자인과 혁신’을 떠올리듯, 나를 생각하면, ‘우울, 무거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예감’ 등을 떠올리는 것이다.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나의 브랜딩은 처참한 실패라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떠올렸다. 일단 나는 사람들과 진지한 얘기를 많이 하던 사람이었다. 어떤 시간을 보내든 의미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함께 생각하며 대화하는 것이 좋았다. 내 얘기도 공유하면서 함께 얘기해보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이따금 기분이 좋지 않거나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소위 ‘우울한 글’을 많이 써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랬던 나의 행동들 - 말과 글 - 이 지금의 나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 같다. 후회가 된다.

굳이 변명을 하나 하자면, 나도 성장을 하는 중이라, 치기어린 시절처럼 굴 파는(?) 글을 예전만큼 쓰지 않는다. 그리고 매년 점점 더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되었고,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내면을 관리하는 나만의 노하우도 터득하고 있다. 수영을 꾸준히 하고 있고, 브랜딩 등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따금씩 일상 속에서 깊게 생각해볼 것, 다른 사람도 공감할만한 소재를 찾으면 소셜 미디어에 글을 쓰는 정도였다.

인식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이미지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에 대해 알 수 있다. 사실 브랜드 이미지가 무서운 것은 그 이미지가 브랜드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도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에도 있다. 즉, 현재 사람들이 내게 가지고 있는 ‘우울, 무거움, 진지충’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매우 어렵다. 실제로 내가 요즘 매우 잘 지내고 있다는 포스팅을 아무리 올려도, 위의 일화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 미디어의 본질에 충실하기로 결심했다. 사회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타인과 소통하는 매체에 맞는 콘텐츠를 올려야겠다. 사교적 목적에 맞는 콘텐츠를 올릴 생각이다. 일상의 (긍정적인 것에 가까운) 기록에 충실한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다보면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여기서 또 브랜딩의 주요한 포인트를 깨닫는다. 바로 “꾸준함”) 밝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라는 강박은 가지지 않기로 한다. 다만, 소소한 기록용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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