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출처: Unsplash)



블로그도 개설했지만, 당장 어떤 콘텐츠로 채울 수 있을까, 나다운 콘텐츠, 나만 쓸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일기는 아날로그 일기장에 쓰고 있고, 인사이트를 얻어서 쓰는 에세이도 한계가 있더라.


기록의 힘을 꾸준히 기르기 위해서, 어떤 걸 쓸까 고민하다가 <수영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현재의 내가 가장 차별화되어 있는 지점이기에 즐겁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일기를 쓰다 보면 훗날 닥칠 슬럼프도 잘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19년 2월 20일(수)


알람을 듣고 5시 45분에 눈을 번쩍 떴지만 다시 비몽사몽해졌다.

한 10분 뒤에 정신을 차렸는데, 핸드폰에서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알람을 끄다가 노래를 틀었나보다.

기계적으로 가방을 들고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 인트로 쏭 - 수영하러 갈 때 들은 노래


: 우디(Woody) -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MBSpoTozBdg



오늘의 운동


- 몸풀기 자유형 50M X 5 

- 풀부이 허벅지에 끼고 팔로만 하는 자유형 50M X 5

- 풀부이 발로 고정하고 팔로만 하는 자유형 50M X 5

- 풀부이 허벅지에 끼고 IM 100M X 5

- 자유형 50M X 2

- IM 100M X 5

- 배영 50M X 2

- 평영 50M X 2


오늘은 풀부이(이른바 땅콩)와 함께하는 수영이었다.

허벅지에 끼고 팔로만 하는 자유형(이름 길다..)은 꾸준히 연습했던 것이라 안 힘들었는데,

풀부이를 발로 잡고(?) 하는 자유형은 다리가 완전히 고정되어서 온전히 팔 힘으로 가야했다.


IM은 늘 접영이 변수다. '철푸덕' 소리가 계속 나는 것은 코어 근육이 부족하고, 발차기를 할 때 너무 무릎을 굽혀서인 듯하다.


정말 이 운동량은 감당이 안 된다. 창천에서 수영 다닐 때 얼마나 내가 설렁설렁 운동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50분인데 운동의 밀집도가 엄청 높다.

50분이 지나면 얼굴이 새빨개지고 헉헉 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그리고..!!!



어제 주문한 롱핀, 수모, 수경이 도착했다!!!

역시 아이템만큼 수태기를 극복하는 건 없다.

내일 마침 롱핀강습인데, 바로 쓸 수 있어서 좋다ㅎㅎ


'Life > 수영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03.04. 수영일기  (0) 2019.03.05
2019.02.26. 수영일기  (0) 2019.02.28
2019.02.25. 수영일기  (0) 2019.02.25
2019.02.22. 수영일기  (0) 2019.02.23
2019.02.21. 수영일기  (0) 2019.02.21

얼마 전, 42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에 응시했다.


고등학교 때 국사를 공부한 뒤로, 역사와는 담을 쌓았다.(특히 근현대사는 아무리 해도 점수가 안 올랐음..)

그러던 중 아주 먼 옛날 찾았던 한능검 교재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책은 바로,

(출처: 알라딘)


이 책이었다.

그래서 한능검 42회에 접수하고, 그날부터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2주 빡세게 공부했더니, 매우 좋은 점수로 합격할 수 있었다.





0. 개요

시험준비 기간: 2주

시험준비 방법: 이투스 최태성 선생님 한능검 인강 + 모의고사 독학 풀이

시험결과: 1급 합격 (94점)



1. 시험소개

http://www.historyexam.go.kr/main/mainPage.do


(출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크게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지고 평가 등급은 다음과 같다.


(출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


1년에 총 네 번의 시험이 있으며, 그 중 한 번은 올 초에 시행된 42회였으니,

한능검에 응시할 사람들은 다음 스케줄을 캘린더에 등록해놓고 접수기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출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



2. 내가 선택한 공부방법 - [고급] 별★별 한국사 한국사능력검정 대비 특강 (이투스)


한능검 시험 공부를 하는 방법 중에 나는 마침 가지고 있던 책이 이투스의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 교재였기 때문에,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했다.

무료 강의임에도, 정말 좋은 퀄리티의 강의이다.


최태성 선생님은 일명 '아트 판서'로 유명하신 분인데, 한 시간 수업을 들으면 칠판 한 가득 '아름다운(?)' 판서로 가득차게 된다.


큰별쌤의 아트판서 (출처: 이투스 유튜브 채널)



단순한 필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름 역사의 흐름과 시대를 반영한 필기이기 때문에, 역사 순서를 흐름에 맞게 외우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가끔 어떤 강사들은 역사의 뒷얘기를 들려주거나 자신의 역사적 견해를 피력하다가 삼천포로 새는 일이 많은데, 그럴 경우 앞에서 배운 흐름을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최태성 선생님의 경우에는 특정 역사적 사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질문을 던져주는 정도라서 강의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제강점기 때는 '다들 소시민이라 그렇게 살았다'라고 함부로 일반화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분명히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 있다는 것은 역사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가 되어야 하며 뒤에 올 세대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보라는 메시지도 기억이 난다.


수업이 40강이라서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당일치기 특강'을 듣도록 하자.


(출처: 이투스)



강의를 완강하고나서는 역대 기출문제를 풀었다. 대략 4회분을 풀었으니 1년치를 풀었다고 보면 된다.

아래에서도 강조하겠지만, 단순히 강의를 듣고 사료를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역사적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채점을 하고 나서는 오답을 반드시 체크하고, 맞은 문제라도 보기가 어느 시대의 역사적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도 좋다.


3. 팁


1) 너무 세세한 역사적 사실에 매몰되기 보다는 흐름을 기억하자

한능검의 합격 커트라인은 최소 60점이기 때문에, 너무 자세한 내용을 기억하기 보다는, 흐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흐름이라는 뼈대를 만들고, 왕의 이름, 그 왕의 업적, 당시의 경제, 사회, 문화적 사실을 배치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하자.



2) 기출이 가장 좋은 자료

기출이 가장 좋은 자료인 이유는, 사료가 나오기 때문이다. 단순히 강의만 들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사료(자료)를 보고 어느 시대, 어느 왕의 재위기간인지 알고, 그 때의 역사적 사실이나 유물 등(보기)을 판별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Brand Image와 Personal Branding

어떤 브랜드를 접했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공통된 이미지가 있다. 바로 브랜드 이미지다. ‘애플’하면 ‘디자인과 혁신’, ‘볼보’하면 ‘안전성’, ‘배달의민족’하면 ‘B급 유머’ 등이 브랜드 이미지가 잘 정립된 브랜드의 예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곧 기업의 이미지와 동일시 되며, 기업이 생산한 상품 및 서비스의 이미지까지 연결이 된다. 그만큼 연결성이 강력하다.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상품, 서비스를 넘어 그 기업의 존망을 좌지우지하니 그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위의 세 가지 예는 시장에서 이미지를 잘 형성한 긍정적인 예시들인데, 반대로 부정적인 예들도 찾으면 많다. (ex. N모 낙농업체를 보면 떠오르는 ‘갑질’, ‘불매’ 이미지)

과연 브랜드 이미지가 기업에만 국한된 얘기일까. 바야흐로 personal branding의 시대이다. 1세대 소셜 미디어인 ‘싸이월드’의 시대는 이미 저문 지 오래고, 자신을 표현하는 미디어와 수단이 무궁무진한 세상이 되었다. 유투버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고, 영상 편집을 배워서 영상 기록(Vlog)를 남기는 사람들도 많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전세계에 노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자기 표현의 범람 흐름과 맞물려 personal branding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강조되었다.

나라는 Brand Image


지난 2주일 동안 비슷한 성질의 경험을 두 번 했다. 두 개의 일화를 대화문으로 간단하게 요약해보겠다.
일단, A와 B를 비난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밝혀 둔다. 그리고 아래의 대화는 매우 축약된 대화임을 감안하자.

첫 번째 일화)
나 : 요즘 잘 지내? 한 번 만나자.
A : 그래그래. 근데 미안한데,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 지금 내가 너의 얘기를 들어줄 여력이 없다.
나 : 아 나 무슨 일 있어서 만나자는 게 아니라,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한 연락이 아니라, 오랜만에 보자고 한 연락이야.
A : 그랬구나. 미안하다.

두 번째 일화)
...(앞선 대화 생략)...
나 : 곧 상반기 공채라 좀 초조해지네.
B : 힘내힘내.
나 : 고마워. 정말 지긋지긋하구만.
B : 그렇지 아무래도.
…(중략)…
B : 작년에 많이 응원해줬으니까, 올해는 좀 쉴게. 요즘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객관적으로 내가 봐도 정말 힘든 상태임)
나 : 아 그래그래.

내가 위의 두 일화를 겪고 깨달은 것은, ‘나’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매우 부정적으로 구축되었다는 사실이다. 나의 연락과 나와의 담화 내에는 ‘우울, 걱정, 힘듦’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애플’을 생각하면 ‘디자인과 혁신’을 떠올리듯, 나를 생각하면, ‘우울, 무거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예감’ 등을 떠올리는 것이다.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나의 브랜딩은 처참한 실패라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떠올렸다. 일단 나는 사람들과 진지한 얘기를 많이 하던 사람이었다. 어떤 시간을 보내든 의미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함께 생각하며 대화하는 것이 좋았다. 내 얘기도 공유하면서 함께 얘기해보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이따금 기분이 좋지 않거나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소위 ‘우울한 글’을 많이 써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랬던 나의 행동들 - 말과 글 - 이 지금의 나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 같다. 후회가 된다.

굳이 변명을 하나 하자면, 나도 성장을 하는 중이라, 치기어린 시절처럼 굴 파는(?) 글을 예전만큼 쓰지 않는다. 그리고 매년 점점 더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되었고,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내면을 관리하는 나만의 노하우도 터득하고 있다. 수영을 꾸준히 하고 있고, 브랜딩 등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따금씩 일상 속에서 깊게 생각해볼 것, 다른 사람도 공감할만한 소재를 찾으면 소셜 미디어에 글을 쓰는 정도였다.

인식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이미지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에 대해 알 수 있다. 사실 브랜드 이미지가 무서운 것은 그 이미지가 브랜드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도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에도 있다. 즉, 현재 사람들이 내게 가지고 있는 ‘우울, 무거움, 진지충’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매우 어렵다. 실제로 내가 요즘 매우 잘 지내고 있다는 포스팅을 아무리 올려도, 위의 일화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 미디어의 본질에 충실하기로 결심했다. 사회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타인과 소통하는 매체에 맞는 콘텐츠를 올려야겠다. 사교적 목적에 맞는 콘텐츠를 올릴 생각이다. 일상의 (긍정적인 것에 가까운) 기록에 충실한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다보면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여기서 또 브랜딩의 주요한 포인트를 깨닫는다. 바로 “꾸준함”) 밝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라는 강박은 가지지 않기로 한다. 다만, 소소한 기록용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기로 한다. 


'Life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함이 잠식하는 밤  (0) 2019.03.26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0) 2019.03.24
안 선생님...! 일이 하고 싶어요...!  (0) 2019.03.11
취업이 인생의 답일까  (0) 2019.02.23
운전연수의 본질  (0) 2019.02.13
운전면허를 딴 건 2012년이었다. 입대를 앞두고 할 게 없어서 시간이 있을 때 면허를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사 상 운전면허 기능시험, 도로주행이 가장 쉬었던 때였다. 정지할 때 클러치를 잘못 밟아 차가 앞뒤로 덜컹했는데, 그럼에도 난 합격했다. 그때 난 결심했다. 운전을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9년, 그래도 운전을 할 줄 알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 내가 핸들을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여행을 갔을 때 운전을 하면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는 주변의 조언도 있었다. 개인에게 받는 교습이 저렴하다고 들었다. 나는 학원과 개인교습을 놓고 저울질을 하면서 우물쭈물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꼴을 보시던 어머님께서는, 또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나 흘려보내고 평생 장롱면허로 남겠다고 혀를 끌끌 차셨다. 나의 오기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비꼬는 방법이 제일이다. 나는 그 다음날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7년 전 배운 모든 것이 기억날 리 만무하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려하니까 말 다했지. 장내 기능을 공부하는 사람처럼 클러치 조작부터 기어 변속, 액셀, 브레이크에 대해 배웠다. 처음 한 시간은 기능 코스에서 천천히 주행했다. 차는 감기에 걸린 사람마냥 쿨럭쿨럭 거리면서 탈탈탈 굴러갔다. 시동도 종종 꺼지고, 핸들링이 투박해서 차체도 휘청거리고 불안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대로는 도로에 못 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한 시간 후, 대충 장내에서 차가 굴러다닐 무렵, 선생님은 도로에 나가자고 하셨다. 나는 너무 놀라서 “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나가요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하셨다.

“여기 면허따러 온 거 아니잖아요. 왜 비싼 돈 들여서 등록했는지 생각해보세요. 면허 합격 스킬이 아니라 진짜 운전을 배워야죠.”


뭔 소리람. 쨌든 도로에 나가서 낑낑 거리면서 운전 연습을 계속 했다. 자유로를 타면서 속력을 끌어올리고 차선도 바꾸고, 일반 도로에서 유턴, 좌회전, 우회전을 연습했다. 그리고 마지막 연수날, 도로를 (선생님의 잔소리 한 바가지와 함께) 나름 수월하게 타고 있는 나를 보면서,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하게 되었다. 운전 연수를 받는 것이면, 시험 통과가 목적이 아니라, 운전 실력 향상에 목적을 두고 연수를 받으라는 뜻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는 비단 운전연수뿐만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배울 때 적용해야하는 점이었다.

뭔가를 배울 때, 나의 동기/목적은 간단할 때도 있지만, 보통 ‘유용성'을 내세울 때가 많다. ‘훗날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을/를 더 잘하고 싶어서’. 이런 동기는 나로 하여금 배움의 초입까지 수월하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이든 시작하기에는 좋은 동기인 것이다. 하지만, 나의 문제는 이 동기를 금방 잊거나, 동기를 이루게 하는 보조적인 것들에 매몰된다는 점이었다. 

운전을 배운다고 가정해보자. 운전연수를 받는 이유는 실제 도로에서 운전을 잘하기 위함이다. 보행자와 다른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숙달시키는 것이다. 이 기술을 숙달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자동차 조작법을 배우고, 장내 기능코스에서 연습을 하고, 도로에서 다른 차들과 부대끼면서 실습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은 ‘숙련된 운전실력’을 배양하기 위한 과정 자체일 뿐인데, 나는 그것을 망각한 것이다. 즉, 배움 자체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이론을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배움과 과정 자체에 매몰되곤 하는 것이다. 과정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점이 배움의 과정에서 나를 지치게 하는 치명타였던 것 같다. 이론이나 기술 습득 자체에만 몰두해서, 머리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고등학교 시절 공부 습관이 남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ppt로 장표를 만든다거나, 어떤 툴(tool)을 사용해서 영상, 디자인 작업 등을 하는 것은 머리로만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나가려고 하는 세상은 그런 일들이 주가 되는 세상이다. 머리에 든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세상이다. 머리 속에 든 걸 아무리 말로 주장해봤자, 남들에게는 ‘너네 집에 있는 황금 송아지’일 뿐이다. 결국 그 이론, 지식, 기술을 가지고 어떤 응용을 할 수 있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하고 증명해야 하는 곳이 곧 사회인 것 같다.

코딩을 배울 때도, 코드 그 자체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일정 수준에 오르면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는 게 좋겠다. 데이터 분석 툴을 배울 때도, 수업시간에 배운 것만 공부하는 것이 아닌, 그 다음 단계에서 내가 어떻게 분석을 할 것이고, 배운 지식을 활용해서 어떤 것이 가능한지 다각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하겠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그래도 배움의 시작에는 자의든 타의든 나름 추진력을 잘 얻는 편이니까 시작이 반이라는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배움의 순간에, 내가 이것을 배워서 어디에 활용할지 이따금씩 상상해보는 것은 중간 추진력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브랜드 철학/컨셉과 IT 트렌드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도전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한국에 매장을 연다고 발표했을 때, 커피애호가와 블루보틀 팬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을 가졌다. 올해 2분기 내로 서울시 성수동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커피 브랜드라고 하면 대개 스타벅스를 떠올린다. 한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니까. '세이렌 오더' 등 IT 기술을 응용해 빠른 시간에 커피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스타벅스 vs. 블루보틀 커피

블루보틀은 주문 즉시 정성껏 커피를 내린다. 주문받은 커피를 한 잔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10분 남짓. 1분 1초를 쪼개서 쓰는 현대인, 특히 성미가 급하기로 유명한 한국인과는 매칭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인상이 든다. 스타벅스가 거리 곳곳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하는데 비해 블루보틀은 매장을 매우 천천히 확장한다. 미국과 일본에만 매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개수는 다 합쳐서 50개 정도(2017년 기준)라고 한다. 메뉴의 개수와 종류에서도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은 차이를 보인다. 스타벅스는 매 시즌과 특별 시즌에 새로운 메뉴를 런칭하고, 커피 외에도 차와 와인까지 메뉴를 확대한다. 이에 반해 블루보틀은 오로지 커피만 고집한다. 커피가 아닌 메뉴는 핫초코 하나뿐이다. 아마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고객을 위한 메뉴일 것이라고 추정된다. 메뉴의 종류도 여덟 가지로 한정한다. 커피에 집중한 여덟 가지 메뉴에서 블루보틀의 자신감과 고집 그리고 자부심이 느껴진다.

스타벅스 vs. 블루보틀



타협없는 브랜드 철학 : '최고 품질의 커피'

블루보틀은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의 철학에서 시작했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그는 회사에 취업했지만 해고당한 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팔기로 결심한다. 그의 완벽주의적 성향과 사람들에게 최고의 커피를 맛보게 해주고 싶었던 욕망이 맞물려 프리먼은 이동식 수레에 자신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와 핸드드립 도구를 싣고 주말 장터에 나가 사람들에게 커피를 판매한다. 정성을 다해 10분동안 한 잔의 커피를 내렸고, 커피뿐만 아니라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줬다고 한다.(커피판 알쓸신잡) 입소문이 퍼지고 프리먼은 마침내 매장을 오픈하고 규모를 넓혀가지만, ‘최고 품질의 커피를 제공한다’는 철학은 굳건히 유지되어 블루보틀의 철학이 되었다.

블루보틀은 프리먼의 철학에 의거해, '최고 품질의 커피'에 중점을 둔다. 로스팅 된 지 48시간 된 원두만 사용하고, 오로지 싱글 오리진(원산지가 단일한) 원두를 사용해 원두의 특성을 살린다. 한 잔의 주문이 들어오면 최고의 바리스타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커피를 내린다. 요식업은 회전율이 생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단위 시간 내에 다수의 손님들에게 다량의 상품/서비스를 빠르게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블루보틀은 자신의 철학을 위해 요식업의 기본 틀을 탈피했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매장에서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의 의문점이 생기는데, 과연 블루보틀은 매출을 어디서 올리는 것일까?

블루보틀 매장은 곧 브랜드 쇼룸의 역할을 수행한다


오프라인 매장의 브랜드 쇼룸화 + IT 트렌드와의 접목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대책 없는 탈선은 아니었다. 블루보틀은 IT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 일단, 블루보틀은 매장을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쇼룸처럼 활용한다. 매장에서 최고급 커피를 제공한다는 블루보틀의 철학과 컨셉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기 위함이다. 매장을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전시장처럼 활용한 것이다. 마침 이 즈음에 인스타그램을 필두로 selfie문화가 발달한다. 블루보틀 매장에서의 selfie는 자연스럽게 블루보틀 브랜드에 대한 광고가 되어준다는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블루보틀은 이윽고 매장을 selfie에 최적화된 배경으로 꾸민다. 블루보틀을 상징하는 커피색과 흰색 그리고 터키 블루색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최적의 selfie를 촬영할 수 있는 경험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블루보틀은 자사 브랜드의 인지도를 상승시킨다. 매장 내에 비치된 굿즈 등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더 강화한다. 내가 마시는 커피 원두가 어디에서 왔는지, 블루보틀은 어떻게 원두를 선별하고 로스팅하는지 모든 프로세스를 공개하고 브랜드 스토리를 배치한다. 브랜드 스토리와 쇼룸의 다양한 배치를 통해 사람들은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를 신뢰하게 된다. 이 신뢰를 바탕으로 블루보틀은 새로운 수입원을 만든다.

바로 B2B 영업이다. 블루보틀이 선별한, 블루보틀이 엄격히 로스팅한 원두를 레스토랑이나 다른 카페에 납품하는 것으로 매장에서의 매출 감소를 커버하는 것이다. 또한 이 때 마침 구글의 투자를 받아 블루보틀은 웹 페이지를 오픈한다. 프리먼을 필두로 한 블루보틀 실무진의 의견을 모아 웹 페이지를 세 개 정도 만들어서 이를 소비자들에게 테스트해보고 가장 반응이 좋았던 사이트를 오픈했다. 오프라인에서의 블루보틀이 온라인으로 옮겨가 매출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빛을 발한 것은 앞서 설명한 ‘신뢰도’였다. 매장에서 구축한 신뢰도가 Business 구매자에게도 퍼져서, 블루보틀의 원두가 가진 신뢰도에 기반해 납품 계약을 맺는다. 브랜드 신뢰도에 기반한 원두 상품은 순조롭게 판매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프리먼은 B2B 비즈니스 모델을 폐기하기로 결정한다. 점점 납품업체가 많아지다보니, 블루보틀 본사에서 원두의 질을 관리할 수 없고, 균일한 고품질의 원두를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블루보틀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카페에서 블루보틀 원두를 사용하지만, 그 커피의 맛이 별로라면 타격을 입는 것은 블루보틀 브랜드일 것이다. 그래서 프리먼은 B2B 대신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B2C 모델로 전환한다. 요즘 각광을 받는 subscription model이다. 프리먼이 브랜드 철학을 얼마나 끔찍하게 아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블루보틀 브랜드의 향방은?

블루보틀을 인수한 네슬레(Nestle)



최근 블루보틀은 네슬레에 7000억원의 가치를 인정 받고 인수되었다. '블루보틀의 장인 정신이 훼손되었다', '악마에 영혼을 팔아버린 블루보틀' 등 수많은 비판적인 의견이 난무했다. 장인정신이 사라지고 대기업 특유의 대량 생산 특질에 브랜드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앞으로 블루보틀의 행보가 어떨지 지켜보는 것도 브랜드를 공부하는데 좋은 교재가 될 것 같다.

결국 블루보틀은 굳은 철학과 이를 구현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었기에 오늘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고 저자는 정리한다. 브랜드는 장기적 투자이고, 그 결과가 나타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성미가 급한 오너들은 성공한 타 브랜드의 외관만 보고, 자신의 브랜드도 그렇게 단기간에 성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브랜딩 에이전시나 광고 에이전시를 달달 볶는다. 하지만, 블루보틀도 오랜 기간동안 투자와 실험을 통해 오늘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브랜드 철학에 대한 오너의 고집, 그 고집을 구현하는 시스템, 그리고 적시에 전환한 디지털 자산이 결합해 오늘날의 블루보틀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엄청난 투자로 되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의 숙성이 필요한 것이 브랜드라는 것을 느꼈다. 요식업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관리하는 현업에 있거나, 자신의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Life > 독서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02. 장인성, <마케터의 일>  (0) 2019.03.01

좋은 점을 찾아 큰 소리로 말하고 싶은 사람, 내 목소리로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

 

어릴 때부터 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을 찾아왔습니다그러던 중 글이 제 자신을 가장 세밀하고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쓰기 위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왔습니다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삶의 한 단면을 기록하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글을 계속 쓰고 싶었고, 글을 더 가다듬고 싶은 마음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진로를 찾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뮤지컬 동아리, 광고 동아리, 봉사활동, 대외활동 등 남들 못지 않게 많은 일을 하다가

문득, 모든 일에 글이 쓰인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경험과 체험을 추천해주는 제 자신을 보고 마케팅이라는 직군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가 경험한 것들의 좋은 점을 찾아서,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은 분명 좋은 수단이지만, 글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경험을 통해서 마케팅이라는 분야와 더 친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문과 출신인지라 IT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 어떤 사람들은 공포를 느꼈을 겁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대개 반감을 가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 공포와 반감이 합리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심을 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미래의 IT분야의 마케터는 새로운 기술에 사람의 숨결을 입히는 직업이 아닐까요.


처음 썼던 문장에 한 문장을 더하고 싶습니다.



좋은 점을 찾아 큰 소리로 말하고 싶은 사람, '새롭고 이롭지만 낯선 것에 사람의 숨결을 입히는 사람', 나의 목소리로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


+ Recent posts